대구 찾은 與野 지도부…추모식서도 마음은 표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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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6시40분 김포공항 3층 탑승장.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일반 탑승객들 틈에 섞여 직원에게 비행기 티켓과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이어 검색대를 통과한 그는 총총걸음으로 대구행 여객기의 이코노미(일반)석에 가서 앉았다. 공항 의전실에서 대표가 오기를 기다리던 당 지도부들은 그제야 부리나케 뒤를 따랐다.

趙대표의 측근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같은 비행기를 탄다는데, 비즈니스석에 나란히 앉기도 뭐하고…, 차별화도 해야겠고…"라며 속내를 내비쳤다.

이른 아침부터 신경전을 벌인 두 당의 지도부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중앙로역으로 향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함께했다.

하지만 3당 대표의 표정은 행사 내내 굳어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3당 대표 면전에서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나라 다 망쳐놓고 사진이나 찍으러 왔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 와중에도 대구 출마를 선언한 趙대표는 하루종일 시내 곳곳을 누비며 표밭갈이에 나섰다. 추모식에 앞서 한 은행을 찾아서는 "서울에서 5선을 했지만 국회의원은 지역구가 바로 고향"이라며 "이곳 대구에서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에는 지하철을 타고 승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출마 사실을 알렸다. 상공인.기업인들과도 잇따라 만나 대구 경제의 실상과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鄭의장도 강행군을 이어갔다. 추모식 후에는 재래시장에서 마늘.감자.땅콩 등을 직접 구입하며 상인들과 얘기를 나눴다. 鄭의장은 "파리에도 런던에도 재래시장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정치가 별 거냐. 우리 당은 재래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특보와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등 여권에 두루 포진한 이곳 출신 분들이 지역현안을 적극 풀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구=강민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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