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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2만명 한반도 평화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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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독일과 같은 분단국인 한국에 영원한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국제 합창제 개최지로 정했습니다.”

2009년 7월 합창올림픽으로 불리는 ‘월드콰이어 챔피언십’(WCC)을 경남에서 열기로 하는 조인식에 참석키 위해 경남 창원을 찾은 귄터 티취(64·사진) 인터쿨투르 재단 총재. 그는 인터쿨투르 재단 임원 10여명을 이끌고 입국했다. WCC는 국제합창제에서 금상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세계 83개국의 400개 수준급 합창단원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행사다.

귄터 티취 총재는 1988년 ‘노래하는 인류, 하나되는 세계’라는 슬로건 아래 인터쿨투르 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을 설립할 때는 서유럽과 동유럽 간의 갈등이 심할 때였다. 그는 “인종과 국가, 직업과 나이를 초월해서 화합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합창을 보급하고 싶어 재단을 만들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원래 그는 경제학을 전공한 잘나가던 회계사였다. 회계사 일을 하는 틈틈이 아마추어 성악가(베이스)로도 활동했다. 식사를 하면서 건배사를 노래로 대신할 정도로 노래를 사랑한단다. 그가 태어난 독일 헤센주는 독일 가곡의 본고장이다.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는 헤센주 출신인 괴테의 시에다 곡을 많이 붙였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헤센주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음악을 가까이 한다고 한다. 그 역시 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헤센주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재단을 만든 뒤 회계사 일을 아예 그만두고 재단 일에 전념하고 있다. 초기에는 회원들의 회비로 재단을 운영했으나 지금은 소니, 벤츠사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후원 역할을 맡고 있다. 독일 정부 지원도 받는다. 2005년에는 유네스코에 소속되는 등 국제적인 재단으로 성장했다.

2009 WCC는 경남도 내 창원·마산·진해·진주·김해에서 11일 동안 열린다. 어린이, 혼성 청소년, 혼성 보컬앙상블, 여성, 남성, 교회음악, 보컬재즈, 가스펠과 영가, 대중음악 등 25개 종목별로 경연이 진행된다. 국가별 지역 선발전을 거친 팀에게 참가자격이 주어지며 대상 상금은 10만달러, 전체 상금은 64만 달러다.

경남도는 헝가리, 중국 등 10여개국 대표 도시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인터쿨투르 재단=독일 풀하임에 본부가 있으며 한국 등 35개국에 지사가 있다. 2000년 7월 오스트리아 리츠에서 60개국 342개 합창단 1만5000명이 참가한 국제합창제를 연 뒤 지금까지 80차례의 합창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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