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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비상…어제 하루만 14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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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8일 오후 3시45분쯤 천연기념물 제376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산방산(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중턱에서 불이 나 풍란.육박나무 등 희귀 식물 자생지를 태우는 등 이날 하루 동안 1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로써 올 들어 발생한 산불이 1백28건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를 넘어섰고 최근 5년간 평균치의 두배에 육박한다.

피해 면적은 93.4㏊로 지난해 같은 기간(6㏊)의 15배를 넘어섰고 2000년 이래 평균치(50.1㏊)의 두배에 가깝다.

특히 가뭄이 극심한 영남지역에서 산불이 집중 발생하고 있다. 김해시 분성산 등 경남에서만 22건(23.9㏊)이 발생했고, 울산. 경북.부산.대구 등 5개 시.도를 합치면 72건(68.4㏊)으로 전국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석달째 계속되고 있는 겨울 가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20.1㎜로 최근 5년간 평균(52.5㎜)의 38% 수준에 그치고 있다. 1997년(18.6㎜) 이후 최저치다. 특히 영남지역은 대구 2.6㎜, 부산 1.4㎜, 안동 10.9㎜, 울산 11.3㎜ 진주 0.3㎜ 등 평균 7.4㎜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경남 진해.남해.통영 등에서는 주민들이 2~5일 주기로 소방서나 군부대 등의 급수차로 마실 물을 공급받고 있다. 창녕.남해 등의 들녘에서는 양파 등 겨울 작물이 시들어가고 있다.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급증한 입산자들의 부주의가 주로 꼽히고 있다.

17일 발생한 김해 산불도 분성산에 있는 생활체육공원을 드나드는 주민이 실수로 산불을 낸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했다.

올 들어 발생한 산불 원인으론 입산자 실화가 46건(41.4%)으로 가장 많았으며 ▶담뱃불 실화 15건(13.5%)▶쓰레기 소각 11건(9.9%)▶논.밭두렁 소각 10건(9%)▶성묘객 실화 9건(8.1%) ▶어린이 불장난 4건(3.6%) 등이 뒤를 이었다.

산림청은 앞일을 더 걱정하고 있다. 올해는 윤달(3월 21일~4월 18일)이 있어 산에서 촛불을 켜고 굿을 하는 무속인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4.15 총선을 비롯해 3.1절, 한식(4월 5일) 등 연휴가 잦아 등산객의 실수로 인한 산불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불 위험이 커지자 산림청은 지난 1일부터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터넷(www.foa.go.kr)을 통해 확률(%)로 알려주는 '산불 위험 예보'를 실시간 체제로 바꿨다. 종래에는 수(手)작업으로 하루 한번씩 하던 것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기상 등 변화 요인이 생길 때마다 새로 예보하는 방식이다.

부산.대전=허상천.최준호 기자<choijh@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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