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출판기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소식이었습니다. 왜 그 사람의 서가를 보면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래 당장 예스24의 사이트에 들어가 봤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970~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우상과 이성』(이영희)을 비롯해 『지식인을 위한 변명』(장 폴 사르트르),『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와 법정 스님의 에세이집 『산에는 꽃이 피네』를 꼽았더군요. 말솜씨가 논리 정연하다는 평은, 언론인 출신에다가 흔히 말하는 딱딱한 책 덕분이었던 모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마음수양서라 할 『맑고 향기롭게』(법정),『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시크릿』(론다) 등을 권했더군요. 경제인 출신치고는 뜻밖의 추천이라 싶었습니다. 그런데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란 긍정적 마음 덕이었다”는 『시크릿』 추천사유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우리 역사와 민중들의 삶을 큰 호흡으로 다룬 책을 많이 접하고, 당면 문제를 공동체적 노력과 실천으로 해결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대하소설인 『장길산』(황석영), 『태백산맥』·『아리랑』(이상 조정래) 등을 추천했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환경보호에 힘써 온 이력을 반영하듯 추천목록에 환경분야 고전인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을 넣어 “과연”싶었습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존재한다. 모든 인간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를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라며 이색적으로 『로마제국 쇠망사』(에드워드 기본) 등 고대 로마 관련서만으로 추천목록을 채웠더군요.
글쎄, 각 후보들이 직접 골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책 좋아하는 이들에겐 ‘19일의 선택’에 어느 정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요.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