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독서목록을 보면 대선후보 됨됨이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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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연말을 맞아 각종 ‘올해의 책’이 나오는 참에 색다른 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대표 김동녕· www.yes24.com)가 대선 후보 5명으로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 혹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4권씩을 추천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말인즉 “책을 통해 각 후보들의 비전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장삿속이 없지는 않았겠지요.

 어쨌든 출판기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소식이었습니다. 왜 그 사람의 서가를 보면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래 당장 예스24의 사이트에 들어가 봤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970~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우상과 이성』(이영희)을 비롯해 『지식인을 위한 변명』(장 폴 사르트르),『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와 법정 스님의 에세이집 『산에는 꽃이 피네』를 꼽았더군요. 말솜씨가 논리 정연하다는 평은, 언론인 출신에다가 흔히 말하는 딱딱한 책 덕분이었던 모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마음수양서라 할 『맑고 향기롭게』(법정),『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시크릿』(론다) 등을 권했더군요. 경제인 출신치고는 뜻밖의 추천이라 싶었습니다. 그런데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란 긍정적 마음 덕이었다”는 『시크릿』 추천사유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우리 역사와 민중들의 삶을 큰 호흡으로 다룬 책을 많이 접하고, 당면 문제를 공동체적 노력과 실천으로 해결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대하소설인 『장길산』(황석영), 『태백산맥』·『아리랑』(이상 조정래) 등을 추천했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환경보호에 힘써 온 이력을 반영하듯 추천목록에 환경분야 고전인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을 넣어 “과연”싶었습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존재한다. 모든 인간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를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라며 이색적으로 『로마제국 쇠망사』(에드워드 기본) 등 고대 로마 관련서만으로 추천목록을 채웠더군요.

 글쎄, 각 후보들이 직접 골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책 좋아하는 이들에겐 ‘19일의 선택’에 어느 정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요.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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