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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펜티엄의 결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펜티엄은 「5」를 뜻하는 라틴어 「펜트」(Pent)에다 원소성분을 가리키는 접미어 「이움」(Ium)을 붙인 말이다.PC의두뇌인 마이크로프로세서칩은 286,386,486칩으로 발전돼 왔다.세계 최대의 메이커 인텔은 현상공모 끝에 「586칩」의 이름을 펜티엄으로 결정했다.386과 486이 보통명사처럼 쓰여인텔 제품으로서의 독자성이 돋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텔이 펜티엄을 왜 586칩으로 부르지 않았을까?』『펜티엄칩으로 486에다 100을 더했더니 답이 585.999983605로 나왔기 때문이다.』-지구촌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네트를 타고 이런 조크가 유행이다.
인텔의 칩이 들어있는 PC의 정면에는 「인텔 인사이드」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그들의 칩이 컴퓨터를 움직인다는 인텔의 긍지다.이 표시가 어느새 「펜티엄 요조심」의 경고로 둔갑했다.다섯자리 이상 숫자의 나눗셈에서 펜티엄 칩의 계산이 틀리는 결함이발견됐기 때문이다.
한 예로 4,195,835-(4,195,835÷3,145,727)×3,145,727은 답이 0이지만 펜티엄의 계산은 256으로 나왔다.10만분의 61의 오차다.PC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웬만한 계산은 PC가 슈퍼컴퓨터를 대신 하고 있다.
이미 판매된 펜티엄칩은 6백만개,세계전체 PC의 약 10%다.인텔은 지난 6월에 결함을 알고도 쉬쉬했다.일반 사용자에게 불편이 없고 계산착오로 화를 입을 확률은 90억분의 1이라는 이유였다.IBM과 애플의 대항 칩 「파워 PC」의 추격도 마음이 걸렸다.
초정밀계산용 트랜지스터 수십개를 칩에 추가,결함은 바로잡혔다.인텔은 연구소등 대형고객과 요청자에 한해 칩을 바꿔주기 시작했다.386및 486칩 때도 결함은 있었지만 발견직후 곧 바로잡았다. 문제는 기상예보와 항공역학.분자공학등에 펜티엄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점이다.항공우주연구의 제트추진실험실(JPL)은펜티엄이 든 컴퓨터 6대의 작동을 중지시켰다.조그만 오차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는 카오스의 세계에서 확률은 문제가 안된다.
앤드루 그로브 인텔회장은 뒤늦게 인터네트를 통해 사과를 했다.
IBM이 잽싸게 치고 나왔다.「케이스를 짜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은 IBM이다.고객보호는 IBM의 의무」라며 「인텔에서 새 칩을 받아 바꿔 주겠다」고 나섰다.
인텔의 승승장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아차하는 순간 공든 탑이휘청하는 「기업 PR의 대재앙」이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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