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근교 농촌주택 거래활발-시골생활 원하는부모 효도겸 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경기.강원일원 농촌마을에 「노부모用 시골집」거래가 활발하다.
가산(家産)을 모두 정리하고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의 자녀들과함께 살던 노부모들이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 농촌주택을 마련해다시 시골로 내려가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고부갈등또는 답답한 서울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녀 들의 거주지인 서울과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다시 시골생활을 원하는 노부모들이 늘고 있는데다,자녀의 입장에선 나들이를 겸해 자주 찾아뵐 수 있어 주말농장이나 미래의 별장을 마련하는 셈치고 선뜻 돈을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또 부모들이 직접 현지로 이주하게 되면 굳이 값비싼 대지를 살 필요 없이 이보다 땅값이 싼 논밭을 사서 집을 지을 수 있어 부동산투자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현행 규정상 현지주민은 준농림지내의 논밭을 사서 집을 짓는데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이 경우 5천만~8천만원의 투자비로 경기도 양평.여주,강원도 원주 일원의 서울 근교에 텃밭까지딸린 농가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40여년간을 대전에서 살아오다 남편은 중풍,아내는 고혈압을 얻어 서울에 사는 아들집으로 올라왔던 吳봉승(75)씨 부부는 서울생활로 지병이 오히려 악화되자 91년5월 강원도원주군부론면에 농촌주택을 마련해 이주했다.5백평의 밭을 사서 그중 1백20평을 대지로 조성해 건평 20평의 조립식주택을 짓는데 모두 2천8백만원이 들었다.
나머지 3백80평을 텃밭으로 이용하면서 주말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에게 직접 기른 무공해야채를 듬뿍 안겨주노라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아직도 무언가를 베풀며 살 수 있다는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서울 잠실아파트에서 노부모와 함께 사는 대학교수 權모씨는 『아파트에서는 답답해 못살겠다』는 부모를 가까이서 편하게 모실 방법을 찾다가 잠실에서 한시간 거리인 경기도양평군서종면의 시골마을에 대지 1백70평,건평 30평짜리 농촌주택을 4천3백만원주고 샀다.이를 골조만 살리고 전면 보수해 기름보일러와 목욕탕.입식부엌을 갖추고 외벽에 벽돌을 쌓아 완전히 새집으로 고치는데 1천3백만원이 들었다.내달초 입주할 새집을 보러 온 노부모가 고향에 온 것처럼 흐뭇해하는 걸 보면서 權교수는 모처럼 효도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인 경기도 양평.여주.이천과 강원도 원주군 일대에는 이처럼 서울에 자식을 둔 노부부들이 새 터전을 닦고 사는 경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이들은 대부분 농촌생활을경험한 세대인데다 젊은이들의 이농(離農)으로 농 촌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이웃에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현지적응도쉽다고 한다.
전원택지.주택개발 전문업체인 고원(高元)주택 대표 이형준(李炯俊)씨는『서울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아파트형태의 서구식실버하우스는 비싼 분양가만큼 노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들에게는 무조건 편안한 것보 다 옛날 고향에서 살던 때와 같은 분위기에서 소일거리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생의 활력을 되살려준다』고 말하고 있다.
[原州=李光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