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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우발적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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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화도 무기 탈취 사건의 범인 조영국(35)씨는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강도를 하기 위해 강화도로 갔다가 총기를 가진 군인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또 강도를 하기 위해 총기를 탈취했으며,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가지고 있던 귀금속을 1100여만원에 팔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 는 13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조씨의 범행 동기와 도주 경로를 발표했다.

합수부는 이날 조씨의 신병을 군 수사기관에 넘겼다. 군 수사기관은 14일 조씨에 대해 초병 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자수 의사 밝힌 편지는 거짓"=합수부에 따르면 조씨는 3개월 가까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올 5월과 6월 서울의 한 종합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또 1년 전 사기를 당해 사업이 망하고 10년간 사귀어 온 애인과도 헤어져 외부 접촉을 기피하는 등 폐쇄적 성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부는 특히 "조씨는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감정 기복이 심했다. 사건 당일에도 비가 많이 내리자 강도를 하러 강화도를 배회하다 순찰하는 군인들을 보고 평소 갖고 다니던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합수부는 조씨가 자수 의사를 적어 경찰에 보낸 편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부산시 연제구의 한 우체통에 남긴 편지에서 '다른 민간인의 피 묻은 모자를 구해 현장에 방치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조씨의유전자정보(DNA)와 범행 현장에 있던 유류품 혈흔의 DNA가 일치했고, 혈액형도 당초 경찰이 발표한 AB형으로 확인됐다.

또 올 7월 인천 남동공단 입구에서 발생한 '개인택시 기사 흉기 피살사건'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추가 확인된 도주 경로=조씨는 범행 당일인 6일 오후 5시40분쯤 총기를 탈취하고 나서 초지대교를 거쳐 양곡초등학교 인근까지 이동했다. 지난 10월 훔친 차량에 위장용으로 붙여 놓았던 '대리운전' 글씨를 떼낸 뒤 평택~음성 고속도로의 청북요금소를 통과해 화성시 수촌리에 있는 자신의 금속디자인 작업실로 도주했다.

조씨는 이곳에서 타고 온 코란도 승용차의 보조범퍼를 떼냈다. 이어 총과 탄통을 작업실에 있는 종이상자 안에 넣어두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신문지에 싸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 화성 논바닥으로 차를 몰고 가 불태웠다. 조씨는 작업실로 돌아와 후배와 함께 총과 탄통을 넣어둔 종이상자를 작업실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 숨겼다. 오후 10시20분쯤 미리 대기시켜 놓았던 자신 소유의 코란도 승용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9일까지 자신의 월세방에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수사망이 좁혀들자 10일 화성으로 다시 가 작업장에 있던 총과 탄통을 차에 싣고 전남 장성군 백양사 휴게소까지 내려간 뒤 근처 다리 밑에 버렸다. 조씨는 경찰에서 "그동안 검문검색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인천=정영진.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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