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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 정기태 별난 야구旅程-LG거쳐 한화 안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무명선수 정기태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대전에서 처음 야구를 배웠건만 대전으로 다시 돌아오기가 왜그리 힘들었던지….」 정기태(鄭基泰)의 야구여정(旅程)은 유별나다.대전 신흥국민학교에서 야구 시작→대전 한밭중 진학→졸업뒤천안 북일고 진학→1학년을 마치고 서울 경동고로 전학→ 졸업후프로야구 LG트윈스 입단→2년만에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나 대전에서 방위 복무시작→야구를 그만두려다 결국 올 가을 신인공개테스트를 거쳐 한화 이글스 입단.
정기태의 야구인생은 쉼표없는 문장만큼이나 숨가쁘게 이어져왔다.대전 한밭중 시절까지만 해도 鄭은 전국랭킹 1,2위를 다투는왼손투수였다.당연히 충청야구의 명문 천안북일고에 스카우트됐고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1학년이 끝나갈 무렵 선배들의 기합을 견디지 못한 鄭은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때부터 떠돌이 생활이 시작됐다.
선배들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녔고 야구글러브는 보기도 싫었다.야구를 하지 않으니까 마음도 편했고 무엇보다 선배들에게맞지 않아 좋았다.그러던 鄭에게 겨울방학동안 서울 경동고로부터스카우트제의가 들어왔다.짐을 꾸렸다.혼자 『야 구로 성공하고 말겠다』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서울에서 약체로꼽히는 경동고에서 鄭은 단숨에 에이스가 됐다.하지만 팀은 전국대회1회전에서 탈락하기가 일쑤였다.경동고를 졸업하면서 鄭은 LG유니폼을 입었다.전국대회 성적도 나빴지만 대학에서 스카우트한다고 해도 싫었다.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92년 LG에 입단한 鄭은 2군에서부터 시작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딱 한경기에 나가 1이닝 던진게 전부.그래도 가능성을 인정해 준 구단에서는 연봉을 1천4백만원으로 인상해 주었다.희망에 부풀어 93년을 맞은 鄭에게 또 하나의 벽이 기다리고있었다.방위소집을 해결해야 했던 것.LG는 더 이상 鄭에게서 큰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鄭을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했다. 10월 대전 집으로 내려와 방위복무를 시작했다.두달간 아무 생각없이 군생활을 하던 鄭은 12월 다시 글러브를 꼈다.
그리고는 5년 선배 송정섭(宋政燮)감독이 있는 한밭중을 찾아갔다.「다시 한번만 해보자.」그때부터는 야구에만 매달렸다 .밤 근무를 끝내고 곧바로 한밭중 운동장에서 훈련을 시작했다.「열심히 하지 않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운동은 생각보다 잘됐다.10개월동안 한밭중에서 땀을 흘린 鄭은 지난 10월 한화 신인 공개 테스트에 합격,다시 프로유니폼을 입게 됐 다.연봉은 2년전LG때보다 오히려 4백만원 줄어든 1천만원.그러나 다시 야구를하게 됐다는 기쁨에 鄭의 가슴은 한껏 부풀기만 했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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