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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주엽 1동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일산서구 주엽1동 주민센터 2층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 5명의 지역주민이 둘러앉아 회의가 한창이다. “1면 사진으론 이게 어떨까?” “학교탐방 기사는 마감됐나요?” 여느 신문사의 편집회의 못지 않은 열기다. 바로 지역주민 스스로가 만드는 마을신문 ‘주엽소식’을 만드는 편집위원들이다.

주민자치위원회 창간 3개월…주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

"주엽소식 최고예요!" 주엽소식 창간호를 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 편집위원들. 왼쪽부터 조경오 편집위원장, 이생수 간사, 조상일 편집위원, 정운교 주민자치위원장, 황희숙·이미석 편집위원.

지난 9월. 주엽1동 가가호호에는 낯선 신문이 한 부씩 배달됐다. ‘강선마을 주엽소식’이란 제호를 단 8면 타블로이드판 신문에는 주엽1동의 동네 소식이 빼곡이 담겼다. 처음 접한 이들은 ‘구에서 만든 구정 홍보물이겠거니’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다. 주엽동에 얽힌 고사(古事)부터 시작해 주민들이 꾸리는 청소년 환경교육, 인근 학교와 도서관 소개 등 ‘구정’이 아닌 우리 동의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담았다.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점상 문제에 대한 평범한 이웃의 의견부터 옆집 학생의 글, 이웃사촌의 정겨운 자작시도 들어있었다.

동네소식을 담은 신문을 주민들 손으로 만들자는 논의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이웃들이 우리동네에 관심을 갖고 서로 소식을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게 출발이었다.
정운교(73) 주엽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100% 아파트단지로만 이뤄진 동 특성상 옆집끼리도 서로 모르고 사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이걸 어떻게든 해소하는 게 자치위원회의 역할이라 여겼고 우선 동 소식을 알리는 게 중요하단 생각에서 신문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을 만들자’는 뜻을 모으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취지에 공감한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편집위원회가 꾸려졌고, 여름부터는 본격적인 취재와 편집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접하는 낯선 일이었지만 ‘우리 손으로 지역신문을 만든다’는 설렘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며 준비했다. 경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기사작성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도 받았다. 없는 시간을 쪼개 매주 편집회의를 열고 인쇄소와 취재현장을 발로 뛰며 배우고, 찍고, 썼다. 이런 노력의 결실은 지난 9월 10일. ‘강선마을 주엽소식 창간호’란 이름으로 맺어졌다.
설레는 맘으로 자식 같은 창간호를 내놓은 후. 주변에서 들려오는 ‘잘 만들었다’ ‘주엽소식을 보고 행사에 참여했다’ ‘다음 호는 언제 나오냐’는 말들은 편집위원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 됐다.

주엽소식은 분기 당 한번씩 연4회 발행될 예정이다. 주엽소식의 1차 목표는 꾸준한 발행. 주민 스스로가 꾸려가다 보니 살림살이가 큰 문제다. 조경오(40) 편집위원장은 “비용 때문에 지면이 줄거나 질이 떨어지는 일 없이 계획대로 꾸준히, 오랫동안 발행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주엽소식이 주민 소통의 장이 되고 많은 이들이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게 우리의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조상일(54) 편집위원도 “동네에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능력을 우리동네 발전에 쓰면 좋지 않겠냐”며 “주엽소식이 그런 인재들을 주민자치활동에 참여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엽1동 주민자치위는 고양시에서도 활동이 활발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일산서구 최초의 주민신문 외에도 국화·무·배추 영농사업을 통한 불우이웃 지원, 마을 가꾸기 사업, 청소년 교육사업 등 주민 스스로 꾸리는 굵직한 사업이 많다.
이들에게 ‘풀뿌리 민주주의’란 ‘주민자치’의 동의어다. 바로 지금, 주민스스로가 꾸려 가는 자치마을을 향한 꿈이 작은 편집실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글·사진=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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