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虎形 백자 退酒器.청화백자甁 국내 첫 일반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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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철사안료로 검붉은 눈동자를 찍은 부리부리한 눈에 사가닥 수염이 삐죽이 나온 우스꽝스런 호랑이. 마치 민화속에서 뛰어나온듯한 모습의 호랑이 형상을 한 도자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에공개됐다. 서울 답십리 삼희상가내의 大壺 고미술전시장 개관전으로 마련한 古陶瓷 명품전에는 이 호랑이형상 백자철회퇴주기를 비롯 3백50여점의 고려.조선시대 도자기가 지난달 29일부터 일반에 소개되고 있다.
대호고미술전시장은 인사동.장안평과 함께 서울고미술시장을 삼분해온 삼희고미술상가가 일반인들에게 이곳을 인사동처럼 볼거리가 있는 고미술거리로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첫번째 상설전시장이다.
「고도자 명품전」은 전시장을 마련한 대호의 주기상(朱琪祥.43)씨가 20여년간 수집해온 물건을 중심으로 청자.백자등을 2개월 예정으로 소개중이다.
호랑이형 백자철회퇴주기는 3백50여점의 소개작 가운데서 단연눈길을 끄는 명품이다.
제기(祭器)는 고대중국 청동기에서 유래해 간혹 동물의 형상을띤 도자기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우리민족에게 유난히 친근한 호랑이가 제기로 만들어진 것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특히 이 물건은 해방전 유명 컬렉터였던 이영섭(李英燮 )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미국에 이민간 李씨가 작고하기전인 지난 80년대후반 국내로 되찾아온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물건과 함께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술병형 청자주전자.
「청자흑백상감 운학연판문(雲鶴蓮瓣文)주전자」라는 긴 이름이 달린 이 물건은 주둥이 부분은 완연한 술병 모습이면서 몸통에 수구(水口)와 손잡이가 달린 이색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구름과 학이 노니는 운학문과 소담스레 포개진 연꽃잎이 흑백 상감으로 새겨진 모습은 언뜻 호암미술관소장의 국보 133호를 연상시킬 정도다.
그리고 백자로서는 백자철회 죽문(竹文)주전자와 청화백자 산수매죽문병(山水梅竹文甁)도 일품으로 꼽힌다.
백자철회죽문주전자는 초기백자답게 철분이 섞인 태토를 그대로 사용해 약간 불그스레한 기운이 도는 가운데 철사 안료로 댓잎몇개를 그려 넣어 정갈하면서도 고결한 백자의 기품을 담고있는 물건이다. 이 역시 소장의 이력(履歷)이 있는 물건으로 도예작가이며 컬렉터였던 고(故)황규동(黃圭東)씨 소장품을 朱씨가 물려받은 것이다.청화백자는 조선시대후기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면서 조선백자의 대종을 이뤄왔는데 청화백자산수매죽문병은 좁고 길 게 올라가 병주둥이와 대조적인 두툼한 몸통이 인상적이다.더욱이 산수와 매화.대나무를 그린 그림 솜씨는 일본 아타카컬렉션에 소장된 산수인물문 청화백자에 비견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상설전시장을 마련하고 개막전을 개최한 삼희고미술상가는 지난 80년대 서울아현동과 황학동 고미술상인들이 이주해오면서 새롭게고미술시장을 형성한 곳이다.
현재는 1백50여개의 고미술 상점이 밀집해 고미술상의 숫자로는 인사동을 능가하며 걸어서 5분거리인 인근 장안평고미술상가와합쳐 인사동에 이은 제2의 고미술거리로 외국인들에게까지 소개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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