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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쿠션 묘기 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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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 최고의 3쿠션 묘기를 보려면 수원으로 오세요’.

 당구 3쿠션 세계 고수들이 모두 수원에 모였다. 13일 수원 아주대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 월드컵에 세계 챔피언 토브욘 블롬달(45·스웨덴)을 비롯해 세계랭킹 12위까지 참가한다. 10위 세미 세이기너(터키)만 오지 못했다. 이들은 지역 예선을 거친 선수들과 함께 32강 토너먼트(15점 5전3선승제)로 우승자를 가린다. 총상금은 약 4000만원이다. 3쿠션 월드컵은 1년에 일곱 차례 열리는데 한국에선 1996년 대구 대회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다.

7월 친선경기차 방한했던 블롬달이 날카로운 눈매로 샷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장 주목을 끄는 선수는 역시 블롬달이다. ‘현 대 당구의 아버지’ 레이몽 쿨르망(70·벨기에)이 ‘바흐’라면 블롬달은 ‘모차르트’다. 26세 때인 88년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래 38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쿨르망의 24회 우승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11세 때부터 큐를 잡은 블롬달은 “당구는 게임마다 항상 다른 위치의 공을 접하기 때문에 평생 게임을 해도 새롭다”고 말했다.

 12일 수원 우만동 캐슬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블롬달은 승부욕과 상상력을 자신의 재산으로 꼽았다. 그는 “당구에선 이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기술과 집중력은 모두 승부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블롬달은 존경하는 선수로 고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을 꼽으며 “이상천에게서 많은 득점 방법을 배웠다. 그의 상상력은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김용철 대한당구연맹 전무는 “블롬달은 쉬운 공을 절대 놓치지 않고 연속 득점으로 이어간다. 여기에 탁월한 상상력으로 어려운 공을 풀어낸다”고 말했다. 블롬달의 국제대회 연속 득점 기록은 24점이다.

 블롬달의 존경을 받은 고 이상천은 월드컵에서 우승(5회)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이번 대회에선 김경률(27·세계 7위)이 홈의 이점을 업고 두 번째 한국인 우승에 도전한다. 2005년부터 월드컵에 참가한 김경률은 단기간에 유럽 선수들이 휩쓸고 있는 세계 톱랭커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월드컵에선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홈이라서 오히려 심리적 부담이 많다”는 김경률은 “우선 4강이 목표지만 우승도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블롬달과의 상대 전적은 2승2패다. “질 때는 두 배 정도 점수를 앞서고 있다가 한두 이닝만에 역전당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수원=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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