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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투수' 클린턴 힐러리 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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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1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일렉트릭 팩토리' 공연장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 자금 모금행사 중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마이클 누터 필라델피아 시장 당선자를 포옹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압도적 지지율로 선두를 질주해 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토크 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지원에 힘입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3일 당원대회 형식으로 첫 경선이 실시되는 아이오와에선 오바마가 힐러리를 추월한 상태다. 그 다음 예비선거가 실시될 뉴햄프셔에서는 오바마가 힐러리와의 격차를 계속 좁히고 있다. 흑인이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힐러리의 우위가 사라졌다.

이젠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경선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이 세 곳에서 힐러리가 패할 경우 '힐러리 대세론'은 물거품처럼 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흔들리는 힐러리를 지키기 위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곳곳을 돌며 "힐러리만큼 훌륭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힐러리에겐 "너무 차고, 계산적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빌은 그걸 없애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10일 아이오와주립대 연설에서 "내가 1974년 말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떨어져 정치적 장래가 암담했는데도 힐러리는 나와 결혼했다"며 "당시 (아칸소대 법대 교수이었던) 나는 연봉으로 고작 2만6000달러를 받았고, 선거 빚은 4만2000달러나 지고 있던 실패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는 늘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일에 매진했다"며 "우리 세대에 힐러리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8년간 백악관에 있을 때 '사실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불렸고, 아직도 흑인층에서 인기가 높은 클린턴의 호소는 힐러리에게 얼마나 보탬이 될까. 11일 발표된 뉴욕 타임스와 CBS방송 여론조사 결과는 빌의 선거운동이 먹히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뜻이 있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빌 때문에 힐러리에게 투표할 것 같다"는 응답자는 44%였다. 반면 "오프라 윈프리 때문에 오바마에게 투표할 것 같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폭스 뉴스는 이 내용을 전하면서 '빌 클린턴 효과'가 '오프라 윈프리 효과'보다 강한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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