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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조씨는 대학원 졸업 … 월세 8개월 밀려 '생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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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용의자 조모씨는 금속공예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금속 액세서리 디자이너 겸 사업가였다. 치밀하고 잔인한 범행수법과 달리 고장 난 것이 있으면 묵묵히 고쳐주는 착한 이웃이었다고 한다. 그런 조씨가 해병 초병을 죽이고 총기를 빼앗은 것은 생활고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는 전라도의 W대 보석세공학과를 졸업한 뒤 잠시 보석 세공 일을 하다 입대했다. 당초 수사당국은 범인이 해병대나 특수부대 출신일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육군 모 사단 포병대에서 병장으로 제대했다. 전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제대 후 2000년 서울 K대 금속공예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졸업한 뒤에는 친구와 함께 인터넷에서 귀금속 액세서리 유통업체를 운영해왔다. 그는 G마켓과 옥션 등 서너 개의 온라인 오픈 마켓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액세서리를 팔아왔다. 전공을 살려 직접 액세서리를 만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8월 친구와 서울 한강로 다세대주택의 방 두 칸짜리 반지하 집을 보증금 300만원, 월세 25만원에 계약했다. 친구는 사업이 잘 안 된다며 올 초 떠난 뒤 조씨는 혼자 살았다. 집주인 김모(69.여)씨는 "말은 별로 없었지만 인상 좋고 싹싹했던 조씨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미혼이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살던 조씨는 휴일이면 종종 수원시 영통구의 부모님 집에 가곤 했다고 집주인 김씨는 전했다. 조씨는 검거 전날인 11일에도 부모님 집에 들렀다고 한다. 조씨 아버지는 이날 저녁 "아들이 어제 와서는 '며칠간 스키장에 갔다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밥벌이는 한다"고 덧붙이고는 말문을 닫았다. 조씨 부모는 평택시 청북면 출신으로 가끔 "집을 정리하고 시골로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조씨는 부모 고향인 청북면에서 범행에 사용한 코란도 승용차를 불태웠다.

조씨는 상당히 세심하고 깔끔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씨의 방은 말끔히 정리된 상태였으며 옷장 서랍 속엔 반듯하게 정리된 옷들이 차곡차곡 개켜져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 후 증거를 철저히 없애고, 전국을 휘젓고 돌아다니면서도 검문에 전혀 걸리지 않을 정도의 주도면밀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조씨는 코란도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코란도 동호회 활동에도 왕성하게 참여했다고 한다. 코란도 승용차의 부속품 정도는 혼자서 교체할 수 있는 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코란도 매니어 조씨는 결국 훔친 코란도 승용차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조씨는 최근 경제적으로 무척 쪼들린 상태였다고 한다. 집주인 김씨에 따르면 조씨는 현재 월세가 8개월치나 밀려 보증금은 100만원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10월엔 방을 빼겠다며 생활정보지에 올리기도 했지만 "한두 달 더 살게 해 달라"고 집주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조씨가 은행강도를 저지르려고 총기를 탈취한 것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한은화.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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