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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시대명음반>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말러교향곡 제4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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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저명한 현대작곡가 윌리엄 월튼경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조지 셸? 그 양반에 대해서라면 두가지를 감탄하고 있지요.콘서트를 준비할 때의 엄격하고 세심한 면모와 포도주에 대한 뛰어난 식견….』 디지털 시대,AV시대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휘황한 광채의 녹음과 신기술을 떠올리게 마련이다.그러나 그런 음질에 버금가고 음악적 완성도에선 한걸음쯤 앞서가는 탁월한 음반이 있다.
지휘자 조지 셸,50여년전에 美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맡아 가르치고,키우고,결국에는 완성시켰던 음악의「완전주의자」.그가 지휘한 말러다.
전생애를 통틀어 거의 말러를 녹음하지 않았던 그가 예상을 뒤엎고 내놓은 1966년의 말러교향곡 제4번은 이 작곡가의 디스크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는 명반이다.
오늘 이시간 레코드숍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수많은 말러의 음반 사이에서 여전히 이 음반이 빛나는 것은 앞서 말한 월튼경의지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휘대 앞에서의 엄격함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완벽함,철저히닦인 장인정신으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움직여 간다.낱낱의 음표들은 매끄럽게 닦여 하나의 단락으로 묶이고,시간이 흐르면서 큰 강물을 이뤄 감동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
요즘들어 후기 낭만주의의 큰별이었던 말러에 관심을 보이는 애호가들이 많아졌다.완성된 교향곡 9편과 미완성의 10번 교향곡을 망라해 그는 교향곡 역사의 마지막 불길을 살라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향곡들이 1시간30분에 가까운 대작들이어서여간한 인내력이 아니고선 한 자리에서 듣기가 힘들 정도다.말러치고는 갸름한 분량,소프라노가 등장하는 4악장의 목가적인 음률,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멜로디.처음 말러에 맛을 들이는 애호가들이 이 작품을 선호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다.
조지 셸의 안목은 주디스 라스킨과 같은 거의 무명의 인재를 발굴해 유효적절하게 쓰는데서 더욱 돋보인다.이 소프라노는 적어도 이 곡의 4악장이 갖는 순수함,그 투명한 어린이의 세계를 매끄럽게 그려냈다.
「우리는 천상의 기쁨을 즐기기 때문에 세속적인 것은 모르네….」말러는 이 가사를 그의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인용했다.그 가사만큼이나 맑은 해석에다 실내악을 방불케하는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진짜 일품이다.
〈소니 클래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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