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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프랑스에 선물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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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10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파리 엘리제궁 앞에 도열해 있는 공화국 수비대 앞을 지나고 있다. 카다피의 프랑스 방문은 34년 만이다. 그는 오랫동안 반 서방 노선을 걸어오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개방 정책으로 선회했다. [파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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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고 개방노선을 걷고 있는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65)가 서방 외교무대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카다피는 8~9일 이틀 동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연합(EU)-아프리카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10일 프랑스에 도착했다. 그의 파리 방문은 34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프랑스에 머물면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다양한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카다피는 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푸짐한 선물 보따리=카다피의 국제무대 복귀는 2003년 WMD 포기를 선언하고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 팬암기 폭파사건 보상을 약속한 뒤 이뤄졌다. 하지만 카다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그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카다피가 아직도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인권을 유린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이번에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엄청난 선물 보따리를 선사했다. 그는 10일 엘리제궁 회담 직후 사르코지 대통령과 100억 유로(약 13조6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합작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의 여객기 21대를 사들이고, 라팔 전투기 14대와 전투헬기 35대를 사들이는 계약이 포함됐다. 또 6대의 군함과 장갑차.대공 방어 레이더 등 민감한 군사장비도 구매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또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프랑스는 리비아의 바닷물 담수화시설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민간용 원자로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밖에 프랑스 원자력 회사 아레바는 4억4000만 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송.배전 사업을 따냈다. 건설업체인 빈치, 배수처리업체 베올리나 등 다른 프랑스 기업들도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여러 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르피가로가 10일 보도했다.

◆'카다피 반대' 더 많아=엄청난 선물 공세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프랑스인은 카다피의 방문을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이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인 6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리비아 교도소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고문과 언론 탄압, 폭력 사태 등을 반대 이유로 지적했다.

프랑스 방문 직전 카다피가 테러리스트를 옹호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카다피는 EU-아프리카 정상회담 개막 전날인 7일 리스본에서 "약한 자들이 테러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힘으로써 테러에 대한 그의 가치관에 큰 변화가 없음을 드러냈다. 인권 운동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불러들였다"고 비난했다.

야당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전 대선 후보는 9일 "경제적 이익에 눈이 멀어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와 관련, "프랑스는 핵무기와 테러리즘을 명확하게 포기하고, (테러) 희생자들에게 보상하는 길을 선택한 정상을 영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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