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 못 받는 ‘흙속의 진주’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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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덩치가 크다고 체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증시에서도 시가총액은 크지만 이에 걸맞지 않게 낮은 주가에 신음하는 ‘공룡’이 적지 않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이거나 그 언저리에 있는 기업들이다. PBR이란 시가총액을 회사의 자산 가치(자본 총계)와 비교한 수치다. PBR 1배 미만이란 시가총액이 자산 가치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청산 가치, 즉 회사를 팔아 치워서 챙길 수 있는 돈이 지금의 시장가치보다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PBR 1배 이하인 기업들을 잘 들여다보면 조만간 성장궤도에 다시 들어설, 저평가 우량주도 많다고 분석한다.

삼성SDI 등 ‘청산가치 > 시가총액’ … 실적 받쳐주면 날개 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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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있나=1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된 시총 순위 200위 기업 중 PBR 1배 미만(12월 10일 기준)인 곳이 17개 사에 달했다. 시총을 100위 안으로 좁혀도 3개 대기업이 포함된다. 한국전력과 삼성SDI·기아차다. 시총 순위 4위인 한전은 PBR 0.6배로, 창사 이래 한번도 1배를 웃돈 적이 없다. 시총 60위인 기아차는 0.69, 시총 72위인 삼성SDI도 0.61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도 자주 PBR 1 미만으로 떨어지는 종목이다. 현대차 주가는 럭셔리카 제네시스를 출시하기 직전인 4일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PBR은 역시 1.03에 불과하다. 기아차는 더 심하다. 올 7월 이후로는 PBR 1배 이상으로 올라온 적이 없다.

PBR이 1보다 낮은 기업 중엔 적자를 내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1 미만인 것은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전력의 경우는 국가가 가격 통제권을 갖고 있어 연료 가격이 올라도 전기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내년엔 뜰까=PBR이 낮은 기업 중에 일시적인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평가되는 곳이 많다. 최근 증권사들의 2008년 증시 전망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종목이 정보기술(IT)과 자동차다.

교보증권 채희근 책임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수출국을 다변화한 데다 실적도 반등하고 있어 내년엔 주가가 꽤 오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마침 최근 한 달간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종목에서도 현대차는 상위 4위에 오르면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이윤학 연구위원은 “PBR이 1 미만인 기업 중에서 이익을 꾸준히 많이 내는 기업을 찾아 보면 의외로 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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