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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바이오 취업의 길’ 그곳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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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한국폴리텍 바이오대학 30대 학생들. 이수앱지스에 입사한 김영훈씨(왼쪽 사진). 셀트리온에 취업한 조동훈, 김성호, 권영범씨(앞에서부터).

33세인 김영훈씨는 중앙대 컴퓨터공학과를 2년 다니다 중도 포기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자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술집 웨이터를 하다가 푼푼이 모은 돈과 주변의 도움으로 친구와 함께 서울 이태원에 바 형태의 술집을 차리기도 했다.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고전하다가 2년 만에 접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죠.”

2005년 말 배아줄기세포 진위 파문이 연일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다. 때마침 충남 논산에 문을 연 한국폴리텍 바이오대학이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여기서 면학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서울 신촌의 이수앱지스라는 항체신약 전문 바이오 업체에 취업이 결정됐다. 그는 “지난해 여름 실험실에서 교수와 팀을 이뤄 바이오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를 특허 출원하고 학회에 나가 발표도 한 경력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범(35)씨도 이 학교 졸업장을 받기 전에 인천의 생명공학기업 셀트리온에 ‘입도선매’됐다. 서울 한양공고를 수석 졸업한 뒤 철도대를 다니다가 중도 포기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6년간 채용을 하지 않더라고요. 할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나 시험 준비를 하다가 마음이 흔들렸다. 틀에 박힌 공무원 생활이 적성에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평소 생명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폴리텍 바이오대학 개교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유전 정보를 담은 DNA를 자신의 손으로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권씨는 “2년 내내 현장 위주의 교육을 해 인턴 기간에도 현장에 적응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내년 2월 폴리텍바이오대학 학위증을 받는 첫 졸업생들에게 취업난은 먼 이야기 같다. 101명의 졸업반 가운데 5일 현재 87%가 취업에 성공했다. 연말까지 95% 가까운 취업률을 기대한다. 흥미로운 건 김씨나 권씨처럼 30세가 넘는 늦깎이 학생 16명 모두 직장을 구했다는 것이다.

정주영(43·바이오배양공정과) 교수는 “취업난 속에서 나이가 든 학생에게도 취업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산업현장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연봉도 대개 2000만원 이상에 정규직이어서 학생들도 만족해 한다”는 것.

취직한 직장을 보면 지명도가 높은 곳도 많다. 이수앱지스와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기업을 비롯해 CJ·녹십자·대웅제약 등이다. 대부분 자기 전공을 살릴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졸업생들은 연구실 또는 생산 현장에 배치된다. 주로 발효기에서 박테리아 또는 동물 세포를 배양하고, 세포들이 만들어 내는 유용한 물질을 분리하는 일을 한다. 품질 관리를 맡게 되면 배양실이 멸균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석사급 이상의 연구 인력이 맡기에는 약간 단순한 작업 같고, 그렇다고 고졸 생산직이 맡기에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중간 영역이 폴리텍 바이오대 졸업생들의 몫이다.

졸업 예정자들이 산업체에서 환영 받는 이유는 제약회사와 식품회사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22명 전임교수들의 풍부한 경력, 이를 바탕으로 한 현장 위주 교육시스템 덕분이다. 1년 3학기제가 한 예다. 방학 기간 기업체 현장 실습을 학기로 인정한다. 김제영 학장은 “현장 실습이나 인턴 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의 우수성이 돋보여 취업으로 쉽사리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100억원 규모의 신식 실습 장비와 시설도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한국폴리텍 바이오대학=노동부 산하 2년제 국책 대학. 국내 처음으로 바이오 산업 현장의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오배양공정·바이오식품·바이오품질관리·바이오생명정보 네 학과가 있다. 학과별로 30명씩, 한 학년 정원은 총 120명이다. 내년엔 실험동물 육성을 배우는 의생명동물과(30명)를 신설해 첫 신입생을 뽑는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 연간 학비는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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