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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변신하는 남대문·동대문시장, 이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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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을 대표하는 이태원.남대문.동대문 등 '관광 특구 3총사'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불황으로 손님이 확 준 데다 상가에 변화도 없어 '관광특구'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상인들이 나서 살아남기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관광특구는 1997년부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문화관광부가 지정했다. 당시에는 심야영업 제한 해제 등의 혜택이 있었으나 현재는 특별한 지원이 없다.

◇이태원=17일 용산구 이태원의 전통공예품 가게에서 만난 안인숙(50)씨는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지만 상인들이 뭉치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이태원은 2007년까지 미군이 이전하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보고 먹고 쇼핑할 수 있는 3박자를 갖춘 국제타운 건설'에 승부를 걸고 있다.

상인들은 오는 5월 '그랜드 세일 행사' 기간에 10~30% 싸게 팔고 전국 8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야(夜)시장을 열 예정이다. 이어 9월에는 세계 음식 콘테스트와 외국인 축제를 대대적으로 열 계획이다.

무역협회 홈페이지 등 각국에 널리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와 연계해 홍보전에도 나서기로 했다. 특히 상인들은 용산구가 국방부에서 매입한 아리랑택시 부지에 국제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함에 따라 이태원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와 같은 국제 쇼핑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컨벤션센터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2천여개의 이태원 상가를 찾을 수 있도록 거리를 재단장한다는 것이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신화옥 회장은 "3월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 서울시와 용산구에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남대문="백화점.할인점에 손님을 뺏겨도 남대문은 죽지 않아. 우리도 인터넷 쇼핑몰에 진출하잖아."

중구 남대문시장의 옷가게 주인 김진섭(56)씨는 넋두리를 늘어놓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남대문 시장에 젊음을 바쳤다는 김씨는 "변해야 산다는 걸 실감하는 세상"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명동과 북창동.남대문을 잇는 관광특구에는 8천8백여개의 상가와 숙박시설이 몰려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이다 보니 경영도 주먹구구식이고, 업소 간 상품 정보도 '귀동냥'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 하반기 중 '인터넷 쇼핑몰 날개' 를 달게 된다. 상가별 제품.가격 정보 등을 쇼핑몰에 실어 인터넷으로도 물건을 팔겠다는 것. 남대문시장 측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1차로 3천여 상가를, 2005년 말까지 8천여 상가 전체를 인터넷 거미줄로 연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년간 44억원(시비+구비+민자)이 투입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참여할 민자 유치가 늦어져 1차 개통이 하반기로 미뤄졌다.

남대문시장㈜ 백승학 과장은 "인터넷 쇼핑몰이 가동되면 백화점이나 케이블 쇼핑 채널과도 겨뤄볼 만하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에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조명도 확 바꿀 예정이다. 명동 상인들도 오는 4, 9월 화려한 축제를 열어 손님을 맞는다.

◇동대문 패션타운='패션 1번지' '유통 메카' 명성에 걸맞게 국제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동대문특구협의회는 16일 중국 광저우(廣州)의 공무원.백화점 대표.의류디자인협회장 등 10여명을 초청해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협의회 송경열 사무국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중국시장에 진출하면 동대문 패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에 발맞춰 '집안 장사'도 변화를 꾀한다. 상인들은 오는 5월 1일 '동대문 난장'축제을 열어 청계천에서 동대문 운동장까지 퍼레이드를 하고 장터를 열 예정이다.

◇서울시.구청=상인들이 팔을 걷어붙이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태원 상가의 경우 당초 지난해 말로 끝났던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1년 더 연장했다"며 "남대문 인터넷 쇼핑몰도 이른 시일 안에 구축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구청도 동대문 퍠션타운에 무료 외국어 교실을 열어 외국어 관광안내지도를 5만장 배포하고 전통음식 국제 홍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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