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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CEO] 오스트링 스카니아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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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40km 남쪽에 있는 도시 소데텔리아. 이곳에 직원 6천여명이 일하고 있는 스카니아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5일 살트스콕스피아덴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2층 사무실에서 만난 레이프 오스트링(59)스카니아 회장은 친근하다는 느낌이 드는 최고경영자(CEO)였다.

오스트링 회장은 "지금은 꽁꽁 얼어 있는 저 호수에서 여름에는 직원들과의 낚시 대회도 연다"며 기자에게 악수를 건넸다. 다음날인 6일로 예정된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인터뷰 중간 중간 휴대전화를 받으러 밖에 나가기도 했지만 오스트링 회장은 시종 진지한 자세로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과 목표 등을 얘기했다.

-올해 한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우리는 한국을 아시아 다른 국가와는 달리 상당히 안정된 시장을 형성한 곳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외환위기(IMF) 때 스카니아 코리아라는 법인을 새로 출범시켰다. 위기 때 투자할 만큼 한국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 대형 트럭 시장에서 점유율 12.6%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론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기 보다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 내에서 더 세분화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집중하겠다."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전략은.

"중국 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한다. 우리가 보기엔 한국 시장은 일본과 비슷하고 중국은 아직 이 두 나라와 많이 다르다. 교육 수준과 훈련 정도, 일에 대한 자세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아직 현격히 처진다. 꼭 1980년대 한국을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도 서서히 중국 시장에 진출, 앞으로 2~3년 동안 투자를 확대할 생각이다. 중국에 투자한다고 해서 한국 투자를 줄일 생각은 없다. 한국의 제조 공장은 그대로 둘 것이다."

-올해 전세계 시장에서의 목표는.

"일단 앞으로 10년 이내에 기업 전체 매출을 2배가량 늘린다는 목표로 매년 6~7%의 성장을 이룰 계획이다. 하지만 서유럽과 동유럽.아시아에서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높여 기존 시장을 더욱 공고히 할 생각이다. 반면 동유럽과 중국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히노 그룹과 손잡고 얼마 전 지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를 무조건 늘리는 것보다 우리 기업의 가치와 시장 상황을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

-노사 문제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는가.

"새로 한국시장에 뛰어들려는 회사들에는 노사문제가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아마 투자를 다시 한번 고려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같이 한국에 이미 자리잡은 경우엔 노사 문제만으로 투자 철수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어렵지만 그만큼 우리가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스웨덴도 1990년대 초 노조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어떻게 해결했나.

"1992~93년 나라 전체가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노사갈등이 심화되면서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실업률이 10%대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노조가 태도를 바꿨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에서 태도를 바꾸니 협상에 들이는 시간도 훨씬 줄었다. 나 역시 1990년대 초에는 노사협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금은 거의 시간을 쓰지 않는다. 실업률도 5%대로 다시 떨어졌고 대규모 파업도 사라졌다."

-스카니아는 기업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기업 이미지를 정립할 필요를 느낀 것은 1990년대 초 장기 근속자들이 퇴직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기성세대가 회사의 핵심 가치에 대해 기록한 것을 젊은 세대에 넘겨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기업의 핵심 가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고, 항상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자'는 기업 이념이 생겨났다. 이러한 기업 이념은 새 직원들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언제나 강조하는 부분이다."

소데텔리아(스웨덴)=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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