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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훈수에 꼬이는 민주당-12.12관련 발언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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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사정이 복잡해지고 있다.12.12관련자 기소 투쟁을 2주일 넘게 몰고왔으나 이제 중대 전환점을 맞은 인상이다.
22일 두차례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극명하게드러냈다.오전 회의에서는 국회 등원론이 강하게 제기됐고 오후 회의에서는 26일 장외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장외 투쟁론의 선봉에 서있는 이기택(李基澤)대표는 오후 회의를 마친뒤 혼잣말처럼『하루동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23일과 24일은 잇따른 해명으로 하루가 지나갔다.이날 해명시리즈는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이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야당은 원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金이사장측은 이회견의 본뜻은『정 부 여당에 12.12정국을 야당과 대화로 풀도록 촉구한게 역점이었다』고 해명했다.李대표도 이날『인터뷰 문맥을 자세히 읽어보니 광의(廣義)로 볼때 같은 뜻임을 확인했다』고 희석을 시도했다.
그러나 金이사장의 뜻이 뭐라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났다.그의 민주당내 영향력을 감안할 때 李대표에게는 결정적 타격이다.이같은 상황들은 민주당이 12.12투쟁의 향후 방안과 방향을 놓고표류하고 있다는 증거로 이해되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는 12.12투쟁국면 이후 종래의 계파 분류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동교동계를 대변하는 권노갑(權魯甲.목포)최고위원이 李대표 노선에 제동을 거는 상황은 그의미가 적지 않다.李대표는 이부영(李富榮.서울 강동갑)최고위원등 개혁정치모임과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李최고위원은 金이사장의발언을 비판했다.
이처럼 종래의 주류.비주류 구분이 애매해지며 12.12투쟁에혼선을 빚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장외 대주주(김대중이사장)와 李대표의 입장.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金이사장 측은 李대표가 12.12강경투쟁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李대표의 목적이 DJ(金이사장)의 당내 영향력을 탈색(脫色)시키고 李대표 홀로서기를 위한 구상이라고 봐왔다.李대표는 李대표대로『金이사장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新 양김(兩金)관계를 모색하기 때문에 원내복귀를 지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주류의 내부균열이 생기자 김상현(金相賢)고문등 비주류의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비주류는『李대표는 YS,DJ,KT 3인의 정립(鼎立)구도를 목표로 하고,金이사장은 종래 양김관계의 공식복원을 바라고 있다』고 보고있다.
민주당내 사정은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각 계파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동교동과 북아현동은 이번에 쌓인 앙금을 정리하지 않는한 결별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 경우 발생하는 당권의 공백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 울지,김상현고문과 정대철(鄭大哲)고문등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등이 차기당권의 향배와 맞물려 중장기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李대표는 오는 26일 개최되는 대전 장외집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이 집회의 성공여부와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성공하면 李대표 노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그런 상황이 되면 민주당내 주류내 갈등은 고착 화될 가능성이 높다.李대표는 의총과 최고위원회의등을 대전집회 이후로 미루어 놓고 있다.물론 동교동계의 지지가 없는한 대전 집회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집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을 경우 李대 표의 당내입지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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