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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총기 탈취 5일째 … 군·경이 쫓는 용의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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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병대 장병들이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의 영정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강화도 해병 총기 탈취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경합동수사본부는 범인의 혈액형이 AB형임을 밝혀내고 해병부대 전역자들을 중심으로 추적망을 좁혀가고 있다.

배상훈 강화경찰서장(수사본부장)은 9일 "숨진 박 상병의 귀마개에 묻은 혈흔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의 혈액형이 AB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수부는 1989년 이후 해당 부대를 전역하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3400여 명 중에서 혈액형이 같은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합수부는 또 수도권 전역자 중 범행 가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20여 명의 타액을 본인 동의 아래 채취해 모자.장갑 등 범인의 유류품에서 채취한 DNA와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범행 차량의 '대리운전' 표시와 관련, 대리운전과 관련된 전과자 59명에 대해서도 군.경 합동으로 개별 방문을 통한 확인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6일 오후 2~3시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의 한 식당에서 용의자로 보이는 30대 중반 남자가 혼자 식사하고 갔다는 식당 주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범인이 지불한 것으로 보이는 5000원권 1장과 1000원권 8장에 대한 지문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경찰은 또 범행 현장에서 100여m 떨어진 한 모텔의 외부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한 결과 범인이 몰던 코란도 승용차가 범행 30여 분 전인 6일 오후 5시7분쯤 모텔 앞 도로를 지나는 영상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범인이 범행에 앞서 장시간 현장 주변을 맴돌며 준비한 것으로 보고 더 많은 목격자와 수사 단서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 대한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도주로 주변 이동통신 기지국의 통화자료 8만여 건 가운데 중복 통화에 대한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또 10월 11일 범행 차량이 도난당한 경기도 이천의 중고자동차매매상사 주변 통신기지국 통화자료와 영동고속도로 이천 톨게이트(TG) 등의 영상자료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범인은 사건 당일 오후 7시40분 평택~안산 고속도로 청북TG를 빠져나온 뒤 39번 국도를 타고 서해안고속도로 발안TG 인근 도로를 거쳐 장안리로 이동해 차량을 불 태운 것으로 주민 신고 등을 통해 확인됐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8일부터 특전사 병력 600여 명을 화성시 일대에 투입해 군.경 합동수색을 강화했다.

하지만 범행 현장 및 도주 현장에서 수거한 탈취범의 모자 및 탈취범이 건넨 차량통행권에서 지문을 채취하지 못해 수사는 장기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부대 전역자 중 혈액형이 AB형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용의자를 좁히더라도 이들의 타액을 일일이 채취해 DNA를 분석 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또 탈취범의 도주 경로에 사용된 휴대전화 번호만도 8만 건에 이르기 때문에 중복 사용된 번호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여 탈취범이 타인 명의의 '대포폰'을 썼을 경우에는 휴대전화 추적으로도 탈취범의 신원을 밝히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합수부 관계자는 "범인이 카메라가 설치된 고속도로 TG 등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등 단서를 남기지 않으려 애썼으나 장시간 긴 거리를 이동했기 때문에 목격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범인은 키 170~175㎝가량의 30대 중반으로 표준말에 어눌한 말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정기환.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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