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든 TV 선정경쟁-性묘사관련 심의기준마련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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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존파사건 이후 「품격있는 방송」을 외치며 폭력.선정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방송사들이 다시금 선정경쟁에 돌입,가족시청자들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있다.
최근 방영된 KBS-2TV 『토요일 7시가 좋다』에서는 『인간의 땅』에 출연중인 염정아.이일재.김현석.옥소리등을 출연시켜극중 키스신등을 집중편집해 방송하는가 하면 MBC베스트극장 『녹천엔 그가 산다』에는 술집여종업원이 테이블위에 올라가 브래지어와 스타킹을 벗는 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되기도 했다.
특히 MBC『종합병원』에서는 구본승의 꿈을 빙자해 선배 신은경과 농도짙은 키스신을 연출하는가 하면 SBS『이 여자가 사는법』도 극중 백일섭의 꿈을 이용,박정수와의 볼썽사나운 키스신을시도해 정면반발을 피해가려는 신종「수법」이라는 평을 낳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중 가장 선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인간의 땅』은 극중 옥소리와 윤승원의 정사장면을 활활 타오르는 횃불뒤로 2중처리해 이를 뒤늦게 알아챈 부모시청자들의 낯을붉히게 만들었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MBC 일요아침드라마 『짝』에서도 『야,넌 무슨 치마가 그리 짧아.이쁘다고 다 내놓고 다니면 감동이 없잖아.가리고 있어야 들춰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등의 대사와 함께 미니스커트를 들춰보는 장면이 방영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행 방송위의 관련심의규정은 「성과 관련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뤄서는 안된다」「음란.퇴폐등 국민의 정서와 생활에해가 될 수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원론적 내용으로 되어 있다.즉 시간대별 편성기준및 구체적 묘사기준등이 없어 시청률을 고려한 방송의 「도전적」인 선정장면 삽입을그때그때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방송현장에서는 『키스신 정도는 이제 시간대를 정해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냐』는 반론도 생겨나고 있다.따라서 방송위와 제작자.시청자간의 토론에 의한 구체적 묘사기준을 마련하는 것만이 對시청자공약과 관계없이 수시로 고개를 내미는 「선정성」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崔 勳.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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