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제>"양키줄루""희생"등 제3세계영화 잇달아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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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남아프리카공화국.아일랜드.스웨덴-프랑스 합작영화 등 영상마이너국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선봬 눈길을 끈다.
『부시맨』이후 최대 화제를 낳은 남아프리카 코미디영화로 자처하는 『양키줄루』를 비롯해 50년대 아일랜드 국민가수 조셉 로크의 일화를 바탕으로 아일랜드의 이국적인 히드로평원과 감미로운복고음악이 어우러진 『히어 마이송』,「영화시인」 으로 칭송되는러시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감독의 『희생』등이 바로 화제의 영화들이다.『양키줄루』는 다음달 3일 개봉하며 『희생』은 아트무비인만큼 번잡한 연말시즌을 피해 연초에 선보일 예정이다.『히어마이 송』은 이미 개봉 했으나 홍 보와 광고 부족탓인지 개봉관에서 2주만에 내렸고 현재 변두리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세편의 영화들이 선사하는 별스런 감상의 의미는 구미 몇개국에 편중된 영화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화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제공한다는 점이다.또 그동안 적당한 개봉시기를 잡지 못했던 영화들이 뚜껑을 여는 것은 그만큼 영화수용층이 다양해지고 두터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남아프리카 초원을 무대로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등장시킨 『양키줄루』는 개구장이 흑인소년 줄루와 백인소년 라이노가 평생에 걸쳐 우정을 쌓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코믹터치로 그리고 있다.
라이노가 전처와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50만불이 당첨된 복권을빼앗아 달아나며 펼치는 행각이 줄곧 웃음을 자아낸다.
『히어 마이 송』은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영화다.세금탈세혐의로 사랑하는 애인과 노래를 뒤로 하고 갑자기종적을 감춘 유명가수의 행적도 희극적이지만 그를 극장에 다시 세워 올드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 출함으로써 무관심한 애인의 환심을 사겠다는 엉뚱한 젊은 공연기획가의 발상도아일랜드풍 유머다.
『희생』은 러시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감독(1932~86)이남긴 7편의 유작중 마지막 작품.잉그마르 베르히만감독이 『그는나에게 있어 가장 영향을 미친 감독이다.그의 영화에는 자유로움과 편안한 안식이 가득하다』고 극찬할 만큼 그 는 영상언어의 달인으로 꼽힌다.『희생』에서도 그의 이러한 특징은 잘 나타난다.생일을 맞이하는 노작가가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문하며,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면 신이 세계를 구원해줄 것이란 생각에서 집을 불태운 다.특히 불타는 대지의 한복판에 서있는 나무를 따라 카메라가 수직으로 올라가며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울려퍼지는 마지막 장면이 그의 데뷔작인 『이반의 소년시절』의 첫 장면이란 사실은 유명하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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