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舊공산권 시장경제성과 가시화-민영화 박차.체코등 성장괄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베를린장벽이 무너진지 5년.舊공산권 당국은 지난 5년동안 관료주의를 추방하고 독점적인 생산자들을 약화시키는 한편 민간기업들을 육성하는데 주력해왔다.근착(近着)파이낸셜 타임스紙는 구공산권의 이같은 체제전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유재산 회복과 국가소유자산 민간매각은 법치주의와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이행의 핵심.체코정부는 2차 민영화가 완료되는 내년초까지 경제의 80%가 사유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기타 중부유럽국가들도 대부분 민간부문이 경제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65%에 이르고 있다.거시경제적 안정화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조차 경제의 민간화는 약 50%가 진척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이같은 규모와 속도의 민영화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
시장경제는 통제경제체제와 결별한 이들 나라로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나 체제전환에 따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全산업에 걸쳐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재고는 쌓여갔으며 임금체불과 채무불이행이 늘어났다.개혁초기의 2~3년동안 산업생산은 무려 20~40%나 줄어들었다.
산업의 위축은 90년말 루블체제의 붕괴와 91년 동구권의 경제협력기구였던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의 소멸로 가속됐으며 서방세계의 경기침체와 보호주의압력이 가중되며 더욱 심화됐다.현재 대부분의 중부유럽국가들의 경우 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EU에 의존하고 있으나 EU국들은 철강.직물.식품 등 민감한 상품의 유입에 대해 反덤핑 등의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경제개혁의 성과는 그러나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수백만개의 일자리가 무역.서비스부문 및 민간기업에서 창출됐으며 각종 소비재들이 민간상점과 가두에서 팔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민간부문은 활력이 넘치고 있다.특히 초기에 거시경제의 안정과 화폐의 태환성을 확립한 폴란드와 체코는 이 지역의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본과 관련,5년 전 제기됐던 문제인「자본없이 과연 자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해소되고 있다.낭비를 줄이고 국유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자본이 축적되고 있는 것.
외국인투자는 아직까지는 아시아나 중남미의 신흥경제국가에 비해많지 않은 편이다.유럽개발부흥은행(EBRD)은 90년에서 93년 사이 인구 4억5천만명의 舊소련권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이 1백24억2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구 3백만명의 싱가포르가 지난 92년 56억달러를 유치한데비하면 미미한 액수.외국인 투자는 美.유럽의 다국적기업 등 외국기업들이 이 지역의 잠재력에 눈뜨고 동구국가들이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통신과 같은 전략적 부문을 개방하면 서 늘어나고있다. 지금까지 45억달러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한 폴란드는 내년1년동안 이와 비슷한 액수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외국인투자는 자본 외에 부수적으로 기술.경영기법은물론 세계시장에 대한 접근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동구권이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 성공,高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하버드大의 제프리 삭스 교수 같은 관측통들은 이들 나라가 「아시아 호랑이」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EU국들이 보호주의자들의 로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 고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한편 투자를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李必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