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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빛낸 ‘펀드 5총사’가 투자자 께 드리는 편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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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2면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스커버리 펀드’

내년 어렵다지만 길게 보고 맡겨 주세요

사람들이 저를 보면 눈이 부시다고 합니다. 제가 워낙 공부를 잘해서죠. 제 성적표를 한번 공개해 드리죠. 놀라지 마세요. 저는 학교에서 성적을 매기는 전 기간에 걸쳐 1등입니다. 제 5년 점수는 400% 선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시장 평균점수인 코스피지수보다 2배 반 이상 공부를 잘했죠. 저의 최근 1년 성적은 77%인데, 이 역시 평균점수보다 배 이상 높습니다. 저처럼 기간을 가리지 않고 잘하는 학생은 드뭅니다. 한 해 공부를 잘했다가 다음해 망치는 친구들이 많았죠.

제 공부 비결을 살짝 귀띔해 드릴게요.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선생님이 계시죠. 다른 친구들은 대개 1명의 선생님을 두는데 저는 많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습니다. 사장부터 시작해 주식운용본부장, 최고투자책임자, 리서치 본부장 등이 제 공부를 놓고 머리를 맞댑니다. 제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구재상 사장은 “1인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이 뒷받침되는 공동 운용이 1등 비법”이라고 말합니다.

저의 선생님들은 해외를 자주 드나듭니다. 해외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오시죠. 그 덕에 저는 다른 친구보다 항상 먼저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이란 회사를 잘 아시죠. 이 회사 주식을 저는 2만원대에서부터 꾸준히 샀습니다. 지금 이 회사 주식은 45만원 합니다.

또 POSCO도 워런 버핏보다 더 싼 가격에 샀어요. 중국 경제성장으로 철강과 조선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는데 올해 빛을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종목 중에는 서너 배 이상 오른 게 숱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큰 덩치를 갖고 1등 하기가 쉽지 않죠.

저의 몸무게는 1조6000억원이 넘어요. 덩치가 크지만 저는 한발 빠른 전망으로 빨리 움직입니다. 8월 중순에 우리 학교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란 외국 친구 때문이죠. 남들이 겁먹고 도망갈 때 저는 오히려 있는 돈을 모두 털어서 헐값에 나온 우량주를 샀습니다. 제가 사고 난 뒤 시장은 크게 반등했지요.

이제 저의 시선은 내년으로 옮겨갑니다. 저는 내년에도 잘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좋은 종목을 계속 발굴해낼 것입니다. 제가 종목을 고르는 첫째 선정기준은 바로 ‘경쟁력’입니다. 그것도 국제무대에서 통할 1등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저는 사랑합니다. 경쟁력은 곧 미래의 수익창출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NHN을 올해 많이 샀는데, 이 회사가 일본·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요즘 내재가치가 높은 주식도 인기입니다만, 저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내재가치란 게 과거 실적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내년 주식투자 환경이 올해만 못할 것이란 점을 저도 인정합니다. 수익률에 부침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투자자 여러분께서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저를 선택해 달라고 부탁 드립니다. 이제껏 저를 3년 이상 곁에 두셨던 분들은 큰 이익을 봤습니다. 제가 태어난 2001년 이후 거둔 성적은 870%였습니다. 한국의 대표 펀드란 자부심을 잃지 않고, 계속 높은 수익으로 투자자 여러분께 보답하겠습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10년 투자 펀드’

먼저 고백할 게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 투자자들에게 ‘반성문’을 보냈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고요.

앞서 2분기엔 40%라는 믿기 힘든 알토란 수익에 많은 고객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습니다. 그런데 3분기엔 코스피지수가 2% 남짓 올랐는데도, 저는 3% 넘게 떨어지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기고 말았습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지요. 다만 잠깐 마음이 아프다고 희망까지 접은 건 아닙니다. ‘10년 투자 펀드’는 가치투자라는 무지개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눈길을 두는 곳은 돈 버는 실력은 남다른데 주가는 푸대접 받는 회사입니다. 지금 보유한 한국전력·경동가스·농심홀딩스 같은 기업이 그렇지요.

물론 최근까지 ‘불꽃 장세’를 업고 자산가치의 열 배 넘는 주가를 가진 종목들이 속출했지요. 왜 이런 주식을 안 샀느냐고요? 아무리 장래가 촉망받는 기업이어도 그렇게 높은 주가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지금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업가치와 멀리 떨어진 주가가 기업가치에 수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머지않다.”

당장 눈앞에 닥친 월말·기말고사를 잘 보려면 ‘시장의 유행주’를 잘 찍으면 됩니다. 하지만 그게 고객들의 졸업 성적에 결코 보탬이 안 된다는 걸 잘 압니다.

내년, 그리고 이후의 성적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 시장엔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다시 떨어져 매력이 높아진 종목이 많습니다. 대형주 바람에 묻혀 제대로 투자자 눈에 띄지 않는 중소형주도 많지요. 저는 이런 주식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주가가 조정을 받았을 땐 이건산업과 이오테크닉스 같은 주식을 많이 샀습니다.

저의 뱃사공인 이채원(43) 펀드매니저는 당당하게 외칩니다. “10년 투자 펀드엔 잘나가는 주식이 없다”고요. 그는 “앞으로도 대형 가치주를 늘리고 ‘이익의 질’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재테크 책을 보면 ‘복리의 마법’이란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 마법의 달콤함을 누리려면 지긋이 돈을 굴려야 하지요. 저나 이채원 펀드매니저처럼 ‘소심하고, 겁 많고, 방어적인’ 투자자도 얼마든지 꿀맛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가 올봄에 가치투자 기치를 내걸고 태어났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콩 볶아 먹듯 하는 ‘단기 투자 문화’가 팽배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외려 고객들의 품 안은 따뜻했습니다. 목표수익률이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10%대이고 3년간 환매를 못하는 상품인데도, 수억원씩 맡기는 투자자가 몰렸습니다. 그런 사랑 덕에 설정액도 8200억원을 돌파했지요. 앞으로도 철학과 색깔이 있는 펀드가 더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이 커지고 투자자 파이도 커지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제가 올해 누린 인기도 사실은 투자자들의 몫일 뿐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장기 투자라는 외로운 길에 섰어도,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그 길에서 조정장은 짧은 휴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에게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로 예상되는 주가 조정기는 좋은 가치주를 싸게 거둬들일 좋은 기회입니다. 장기 투자의 길을 선택한 투자자 여러분께 반드시 보답하는 펀드가 되겠습니다.

삼성투신운용 ‘배당주 장기주식 펀드’

월가에 떠도는 ‘다우의 개(Dogs of Dow)’라는 말을 아십니까.

미국 다우지수를 이루는 종목에서 전년도 배당수익률이 가장 좋은 10개입니다. 이런 주식에 골라 투자했다면 수십 년간 연평균 20%의 탁월한 성적을 냈다고 합니다. 우량주인데 푸대접 받는 배당주(Dog)를 무시하다간 큰코다친다는 말입니다. 사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은 곳간이 튼튼하고 장사 잘하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배당주 투자는 늘 ‘한철 장사’였지요. 찬바람 불면 반짝 관심을 샀다가 시들해지곤 했습니다. 올해처럼 강세장이 찾아왔을 땐 배당에 콧방귀도 안 낀 투자자가 더욱 많았고요.

저는 그 틈을 비집고 들었습니다. 배당주 펀드 중에선 드물게 적극적으로 돈을 굴리는 ‘액티브형’ 상품이었거든요. 다른 배당주 펀드들이 흙 속에 묻힌 가치주를 파헤칠 때, 저는 성장주를 골라 투자 보따리에 넣어서 빛을 봤습니다. 화학·전기전자·서비스 업종 등에 걸쳐 POSCO·LG·삼성증권 같은 코스피의 대형주에 90% 이상을 투자해 위험을 줄였지요.

그러나 올해가 너무 좋았기에 내년이 더 걱정입니다. 시장엔 악재가 지뢰밭입니다. 미국에서 불어 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후폭풍이 그렇고, 세계적 물가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도 그렇지요. 올해 철강·조선·기계 업종들이 제 배를 맘껏 불려줬지만 내년엔 이들 중에서 이탈 업종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주가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입니다. 펀드에 넣을 주식 메뉴도 이런 관점에서 짤 예정이고요. 내수주들도 눈여겨보는데, 잡초 속에서 꽃을 골라내는 게 중요합니다. 인수합병이나 사업다각화로 힘을 키워 가는 종목을 눈여겨볼까 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는 건 운전대를 잡은 권상훈(41) 수석 펀드매니저 때문입니다. 그는 1991년 삼성생명에서 기업 신용을 심사하다가 98년 삼성투신으로 옮겨 리서치 일을 했거든요. 그래서 기업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는 종목을 고르기 위해 일단 배당 가능성이 큰 160여 개 기업을 1차로 추려낸 뒤 달마다 두 번씩 회의를 해 최종 메뉴를 솎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힘이 돼 연초부터 지금까지 60% 넘는 수익률을 올렸지요.

물론 항간엔 제가 방패 역할을 하는 배당주 펀드라기보다 공격적인 성장형 펀드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당장 배당 성향이 높지 않더라도 성장성을 많이 따지기도 하고, 배당 성향이 높더라도 주가가 비싸면 쳐다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건 배당 펀드는 무엇보다 장기 투자를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2004~2005년에도 중소형주가 인기를 모으면서 배당주가 스타로 등장했고 ‘자금 쏠림’까지 나타날 정도였지만 결국 금세 김이 빠졌습니다.

배당투자는 앞으로도 유효할 거라고 믿습니다. 2001년에 4000억원이던 배당 총액이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세 배 뛴 것만 봐도 그렇지요. 고령화로 주가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배당을 원하는 층이 늘면서 배당주가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도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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