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17세 소년사장 계열13社 예비재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재벌그룹을 만들 겁니다.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직 소년 티가 남아 있는 17세 사장 라르스 빈트호르스트의 당찬 포부다.
독일출신의 라르스군은 1년전 부모를 설득해 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로부터 빌린 10만마르크(약 5천만원)를 밑천으로 컴퓨터회사를 설립했다.독일의 슈테른誌는 최근 13개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이 회사가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 며 초고속성장의 길을 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흔해 빠진 고등학교 졸업장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며 부모의만류를 뿌리치고 고향에서 사업에 뛰어든 라르스는 1년이 흐른 지금 예비 재벌그룹의 총수가 되어 있다.
라르스가 학교를 그만둔 배경은 독일통일과 무관하지 않다.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지역에는 우후죽순으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다.『아무거나 내다 팔면 돈을 벌 수 있는데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속상했다』고 라르스는 그 때 일을 떠올린다. 라르스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14세때.학생신분을 숨기고 학교수업이 끝나면 남 몰래 컴퓨터와 관련된 전자부품 중개업에 매달렸다.개업한지 수주만에 라르스는 30여군데의 단골거래처를 확보하는 등 천성적인 장사꾼기질을 발휘한다.
라르스는 현재 1백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런던과 홍콩의 사무실을 오가며 디스크 드라이브.모듈 등의 컴퓨터부품과 리튬.텅스텐 등의 원자재를 동아시아로부터 수입해 독일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라르스가 벌어들이는 돈은 무려 연간 8천만마르크(4백억원).내년에는 1억4천만마르크(7백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르스는『아마 몇 년 후에는 매출액이 10억마르크(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라르스는 요즘 중국어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본격적으로 동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해서다.그는『중국.방글라데시.베트남이 미래의시장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인구 20억 규모의 이 거대시장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라르스는 우선 홍콩에「빈트호르스트 투자회사」를 설립했다.라르스는 한편 중국시장이 값싼 전자제품이나 컴퓨터부품을 조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라르스는『중국은 중고냐 신제품이냐를 불문하고 기계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큰 반면 다른 나라에 거의 없는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반년전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수입사업을 겸하고 있다.
그는 현재 매상의 반 이상을 산업부품 및 원자재 거래에서 올리고 있다.라르스는 이미 이 지역과의 거래를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전략을 마련해 두고 있다.『동아시아의 신흥시장에서는 유력인사와 친분을 쌓아야 한다』라든가『중국에서는 중국 어로 사업을해야 한다.통역을 배석시키면 상대방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가 없다』는 라르스의 지적에는 현지인들도 혀를 내두른다.라르스는 이런「구체적이고도 확실한 사업전략」이 바로 자신의 성공비결이라고 털어놓는다.라르스는 요즘 남다 른 꿈에 부풀어 있다.이달 22일 만 18세로 비로소 법적인 성년이 되는 것이다.
이날 성년을 맞아 라르스가 받게 될 가장 큰 선물은 법적으로회사의 공식대표에 취임해 모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것이다. 〈柳權夏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