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농수로에 빠진 20대 일주일 버티다 극적 구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하 30여m 농수관로에 빠진 20대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일주일을 초인적으로 버티다 극적으로 생환했다.

건설공사장 일용직 노무자인 金모(22)씨는 지난 8일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 야산으로 올라가 지름 80㎝의 강철 농수관로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일감이 없어 고물이라도 주워 팔아 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경사진 농수관로를 30여m 들어간 金씨는 손을 헛짚으면서 55도 경사로를 30여m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좁은 공간에 갇혀 버린 金씨는 급경사인 관로를 기어오르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살려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2~3일이 지나면서부터 말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쉬어버렸다.

그나마 물이 있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농수로 바닥 얼음조각을 씹어 먹었다. 그러나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기적 같은 구조의 손길은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찾아왔다. 고철을 주으러 부근에 왔던 고물상 金모(48)씨가 농수로 안에서 "살려주세요"라는 희미한 소리를 듣고 119에 신고했다. 金씨는 구조대원들이 던져준 로프를 잡고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 긴장이 풀린 듯 정신을 잃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金씨는 발에만 동상을 입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