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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발로뛴다-다리참사이후 부처마다 현장점검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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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즈음 청사로 찾아가서는 장관들을 만나기 어렵다.다리나 공사장 또는 하부 관련사업장에 가면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부행정에 현장행정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영덕(李榮德)총리를 비롯해 주요부처 장관들은 경쟁적으로 현장을 찾기에 바쁘다.
현장방문도 단순한 순시차원이 아니라 직접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시설물의 안전도를 점검하고 현장에서 즉석 간담회를 주재하는등 방문객과 일선직원들이 하나가 돼 현장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식이다. 현장행정은 지난달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교량등 주요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李총리의 잦은현장행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현장행정을 주문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전 국무위원및 수석비서관들과 조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 장관들은 탁상에서 행정을 하지말고 현장에 나가 점검하고 체험적으로검증해서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현장점 검은 장관들의필수일정이 됐다.
金대통령은 지난4일 최병렬(崔秉烈)서울시장과 함께 직접 영동대교를 방문,본보기를 보였다.
李총리는 성수대교 사고 이후 그동안 20여차례 현장을 방문,하루평균 한두차례씩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金대통령이 해외방문길에 오른 이후에도 11일 합참 지휘통제실을 시작으로 경찰청 상황실(12일),한국가스공사.대한도시가스.
남서울가스(14일),인천항및 영종도 신공항건설공사현장(15일)을 점검하는등 「현장총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부처장관들의 현장행도 앞을 다투듯 빈번하다.
이병태(李炳台)국방장관은 11일 새벽 2군지사의 탄약대대를 불시에 방문,탄약안전관리실태점검에 나섰으며 최인기(崔仁基)농림수산부장관은 6일,12일,13일 세차례에 걸쳐 전남 나주군등의영농현장을 찾아 농민과 대화를 갖고 정부의 추곡 수매안에 대한건의사항을 들었다.
이밖에 김포매립지의 침출수 누출확인을 위해 13일 현장을 방문한 박윤흔(朴鈗炘)환경처,9일 대구 복현5거리 고가건설 현장방문에 이어 14일 나주대교 현장점검에 나선 최형우(崔炯佑)내무,14일 충남 연기군의 금남교등 지방의 다리점검 에 나선 김우석(金佑錫)건설부장관등 전국 각처의 현장에 장관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그러나 비슷한 곳을 중복방문,현장관계자들을 귀찮게 하는등 전시행정(展示行政)의 모습도 아직 눈에 띈다.
한강에 설치된 교량의 경우 李총리를 비롯해 오명(吳明)교통부장관.최병렬서울시장등이 수시로 방문,지하철공사등은 비슷한 내용의 브리핑준비를 여러차례 반복해야 했다.
장관이 통상적인 부처행사에 참석한 것까지 현장점검에 포함시켜실적을 보고한 총리실 집계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느껴진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현장점검이 단순한 홍보용 나들이에 그치지 않고 장관이나 관계자들이 정말 문제를 파악하는 기회로 이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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