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각이 총선 출마자 양성소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6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 질문 첫날인 16일 본회의장에는 "신(新) 공안 통치" "총선 지상주의" 등의 독설이 난무했다. 이날 고건 총리 등이 출석한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 '올인'과 불법 대선자금 편파 수사 등을 거론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내각은 국회의원 양성소"=청와대 비서들과 장.차관의 열린우리당 입당 러시에 대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청와대와 내각이 국정의 중심이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 후보 양성소가 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장관을 징발해 열린우리당에 지원하는 것은 불법 선거자금 지원보다 더한 기부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종희 의원은 "천도(遷都) 발언과 일자리 35만개 창출 등 대통령이 직접 총선용 공약을 남발하는 신 관권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김경천 의원은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장관 13명이 경질된 것은 총선 징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은 "공정선거를 위한 정부의 활동을 야당이 관권선거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2002년 지방선거 결과 16개 시.도지사 중 한나라당이 11명, 민주당이 3명이어서 지자체장들의 사전 선거운동 등 역관권선거가 우려된다"고 역공을 폈다.

高총리는 장관들의 출마에 대해 "개인의 선택을 징발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는 "선거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의견"이라고 말했다.

◇또 재연된 편파 수사 논란=검찰의 불법 대선자금.경선자금 수사에 대한 편파 논란이 재연됐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전쟁터에서도 패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데 불법 모금 액수가 한나라당은 7백72억원이고 盧캠프는 0원이라는 희대의 부실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며 "盧대통령은 검찰의 편파 수사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대선자금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종희 의원은 "대선자금 수사가 야당은 경선자금까지 모두 뒤지고 盧캠프 쪽은 물타기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각본에 맞춰 진행하는 고도의 기획 수사"라고 비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李의원은 "천문학적인 불법 자금을 받은 한나라당이 석고대죄하지는 않고 민주당과 공조해 불법 자금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집중타 맞은 강금실 장관=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게 집중됐다. 불법 대선자금 편파 수사와 盧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의 공정성 등을 문제삼았다.

심재철 의원은 盧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의 6백53억원 모금 의혹 사건을 "사돈 게이트"라고 부르며 "검찰마저 덮을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康장관을 몰아붙였다. 남경필 의원은 "(康장관)자신이 盧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해서 대통령과 측근 비리를 감싸는 것은 정의의 싹을 자르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라고도 했다.

康장관은 "단서나 증거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며 야당의 폭로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에게서 직접 출마 권유를 받은 일이 없다"며 "각자 소신에 따라 (선택이)다를 수 있다"고 했다.

◇조재환과 신계륜의 설전=민주당 조재환 의원과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은 본회의 발언에 나서 대부업체 '굿머니'의 불법 자금 제공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申의원은 趙의원을 지난 13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趙의원은 이날 "지난 국정감사 당시 그 사람들(굿머니 측 관계자)이 문제삼지 말라며 2억원을 준다고 했으나 거절했다"며 "굿머니 사건이 진실이 아닐 경우 국회의원직 사퇴는 물론이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申의원은 눈시울까지 붉혀가며 진실을 주장했다. 그는 "趙의원을 고소한 것은 면책특권 속에 숨어 비겁하게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행위를 우리 정치사에서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박승희.신용호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