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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ESTATE] 빌라, 지난해까진 빌빌거렸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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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다세대·연립주택이 인기다. 매매·전세 수요가 늘면서 호가도 오름세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에 형성된 연립주택 밀집 지역 전경.

“빌라요? 뉴타운이나 재개발 호재가 없는데도 매물이 별로 없어요. 가격이 약세라는 것도 예전 말이지요.”(서울 은평구 응암동 한 공인중개사)

요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빌라’로 통칭되는 다세대·연립주택이 인기다.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매물이 많지 않다. 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이나 주변 지역뿐만이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 재료가 없는 곳에서도 매매가와 전셋값 모두 오름세다.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빌라 인기는 상종가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침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파트 시장과는 대조를 이룬다. 최근 몇 년 새 공급이 크게 준 데다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대체 상품으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지난해만 해도 빌라는 투자 가치가 낮은 부동산으로 홀대받았지만 이제는 인기 주택으로 팔자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애물단지가 인기 주택으로=서울 마포구 망원동 전용면적 76㎡짜리 다세대주택 매매가는 2억4000만~2억5000만원 선이다. 올 초보다 1억2000만원가량 올랐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 전용 56㎡ 규모의 연립주택은 두 달 새 2000만원 올라 1억8000만~2억원 선을 호가한다. 은평구 수색동 샘공인 김충권 사장은 “재개발 재료가 없는데도 젊은 층 실수요자와 소액 투자자들의 매입 문의는 꾸준하다”며 “계약 직전에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송파구 삼전동 전용 49㎡짜리 다세대주택의 경우 일 년 새 매매가가 1억원가량 올라 2억8000만~3억원 선이다.

전셋값도 강세다. 동작구 대방동 연립주택(전용 59㎡)의 경우 지난해 말 1억원을 밑돌았으나 지금은 1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대방동 청목공인 김순일 실장은 “지난해부터 오른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아파트에서 빌라로 발길을 돌리는 전세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서도 빌라에 응찰자들이 몰려든다. 입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고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도 상승세다. 빌라 경매 열기가 내뿜으면서 고가 낙찰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달 26일 경매에 부쳐진 서울 강북구 미아동 현대빌라(전용 40㎡)의 경우 지하층인데도 무려 34명이 달라붙어 감정가(5000만원)의 4배 가까운 1억865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이 무려 373%에 달했다. 지난달 16일 인천법원에서 진행된 인천 서구 석남동 경도빌라(전용 32㎡) 역시 37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2000만원)보다 훨씬 높은 477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지옥션 박갑현 매니저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빌라 물건이 쏟아져 나와도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일쑤였지만 올 들어선 상황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수요 느는데 공급 줄고=서울·수도권 빌라 값이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새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 다세대·연립 주택 완공 물량은 2002년 10만3245가구에 달했지만 택지 부족에다 주차장 설치기준 강화 및 용적률 하향 조정 영향으로 2004년부터는 1만 가구 미만으로 급감했다.

반면 빌라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비싼 아파트 매매·전세 대신 빌라를 대체 주택으로 얻으려는 싱글족과 신혼 부부가 많아진 것이다. 빌라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자금 조달이 비교적 쉽다는 것도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도 빌라 몸값 상승의 한 원인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층 투자자와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 신혼부부들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빌라를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노원구 월계동 서울랜드공인 관계자는 “빌라값이 올 들어 많이 올랐지만 아파트 전셋값 정도면 살 수 있는 곳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할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빌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충고한다. 빌라시장이 다시 위축되면 예전처럼 팔기가 어려워져 돈이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대표는 “빌라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 폭도 크지 않다”며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단기 차익보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선 분위기에 편승한 고가 낙찰은 피해야 한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낙찰가율이 치솟으면서 낙찰가가 시세 수준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운 만큼 입찰에 앞서 최고·최저 입찰가를 미리 정해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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