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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시대의신문>中.신문의 섹션화와 편집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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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취재와 편집은 신문제작을 받치고 있는 상호보완적인 2개의 핵심기둥이다.보도는 취재기자에 의해 시작되지만 편집기자에 의해 마무리되기 때문에 취재의 연장이기도 하고 편집의 영역이기도 하다.신문의 내용은 기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기사의 중심적 위치를 감안하더라도 신문내용에는 사진.제목.만화.만평.제호.활자.
컷.광고.여백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취재는 기사만을 관리하지만 편집은 신문에 담겨있는 모든 내용을 관리하는 작업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문저널리즘은 취재를 필요이상으로 중시하는데 반해 편집을 필요이하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지닌다.신문의 중심개념은 편집이고 편집국의 중심부서는 편집부여야 한다.편집부가 활성화되고 편집기자가 자신감과 사명감에 차 기 사유통을 책임있게 관리해야 비로소 특성있는 신문,개성있는 신문,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다.이러한 추세는 세계적인 경향이며 현대사회의 변화와 독자의 성향변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편집은 최근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변화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나라의 경우에 한정해보면 민주화와 다원주의의 확대,국제경쟁력의 강화,계층간 갈등과 격차의 개선을 통한 사회통합에의 욕구 증대,환경보전을 위한 노력 확산,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과업의 성취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이러한 국내외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신문편집의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대중사회에 걸맞은 편집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사를쉽고 간결하게 작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문내용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배열함으로써 대중들의 독서욕구를 자극하고 독서능력을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둘째,정보화사회에 걸맞은 편집이 이루어져야 한다.정보화사회의중심적 가치인 정보는 다양한 기관에 의해 생산.전달된다.신문.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는 정보사회의 주된 가치인 정보의 유통을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기관이다.
이들이 정보를 책임있게 관리하면 사회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있게 되고,그 반대로 무책임하게 관리하면 사회는 쇠퇴하게 된다. 셋째,국제화.개방화사회에 걸맞은 편집이 이루어져야 한다.국제화 속에서 국제사회는 물리적 거리보다 정신적 거리를,폭력에 의한 지배보다는 말에 의한 지배를,국가주의 보다는 함께 더불어사는 지구공동체의 형성을 중시하게 된다.신문편집도 예외일 수는없어 국제적인 경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국내경쟁 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지녀야 한다.그러기 위해 신문은 양적 경쟁보다는 질적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넷째,광고.영상산업,그리고 여가나 오락산업의 발전으로 야기된감성시대를 신문편집이 외면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그러기 위해 읽는 신문보다 보는 신문의 영역을 과감히 확장해야 한다.또 본문활자의 크기를 좀더 크 게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한다.그러나 감성적 편집이 반드시 선정적 편집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中央日報가 섹션화를 최초로 시도하고 있다.그것이 한국신문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그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신문 섹션화는 사회변화에 대한 신문의 적극적 대응이란의미가 있다.사회가 변하면 그 속에서 운영되는 신문도 반드시 변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것이 변하는데 신문만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회의 비판이 있다.
또 우리나라 신문은 그 형식과 내용에서 대체로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신문이 지금부터라도 달라지려 노력하지 않으면 방송매체와의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둘째,신문 섹션화의 또다른 의의는 지면의 전문 특수화다.우리나라의 신문지면은 정치.경제.사회.외신.스포츠등 형식적으로 분리.구성돼있기 때문에 전문 특수화돼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대독자는 방송과 달리 신문으로부터 단순정보보다 해설.분석.
심층.평가.주장.정밀저널리즘을 읽어내고 싶어한다.신문의 섹션화는 구조적으로 이러한 고급정보를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셋째,섹션화는 바쁜 독자의 독서편의에 부응하기 위한 편집이다.현대사회를 사는 바쁜 독자들에게 40여면에 이르는 여러개의 신문들을 모두 읽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해와 관심영역에 따라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독서하도록 할 수 있다.서구(西歐)대부분의 유력지들이 한결같이 섹션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문 섹션화가 갖는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가 우리신문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첫째,섹션화는 부분.분리.개별을 강조하는 귀납적 서양문화에 적합한 신문개혁의 방향이라 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종합섹션만 보고 나머지 섹션은 가볍게 취급할 경우 신문 섹션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둘째,어떻게 하면 상호보완적인 섹션화보다 상호배타적인 섹션화를 이룩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섹션화를 시도하고 있는 中央日報의 경우에도 종합섹션 속에 많은 양의 경제기사가 포함돼 있어 뉴스섹션과경제섹션 간에는 상당한 반섹션화의 경향이 존재한다.
셋째,형식은 섹션화를 이뤘지만 그곳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섹션이전의 기사들로 채워질 경우 섹션화의 의의는 제대로 살려질 수없다.섹션화에 걸맞은 전문적이고 특수한 기사를 싣기 위해 전문기자제도를 과감히 도입해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 의 과감한 만남을 시도해야한다.
넷째,조사.연구기능의 확대다.전문기자의 충원이 섹션화의 필수조건이라면 조사.연구기능의 활성화는 그것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있다.조사.연구기능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사의 전문성,기사의 고급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섯째 과제는 문화기사를 섹션화하는 작업이다.물론 여기에는 신문지면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상황에서 쉬운일은 아니다.70년대가 정치의 시대이고,80년대가 경제의 시대였다면 90년 이후는 문화의 시대로 문화의 중요 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외에도 가로쓰기.가로편집의 확대,한글사용의 확대 등도 해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신문의 섹션화가 신문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는 하지만,의지의 표명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지의 표명과 아울러 그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구조의 확충이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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