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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문제투성이 그래서 희망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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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KT 남중수(52)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KT 사장추천위원회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남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한다고 3일 발표했다.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그는 KT 민영화 이후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하지만 남 사장이 연임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6년째 매출액이 11조원대에 머물러 있고 성장의 돌파구로 내세웠던 인터넷TV(IPTV) 사업도 잘 굴러가지 않았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 속을 태웠다. 10월 말이 되도록 국회가 꿈쩍도 하지 않자 남 사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10월 31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케이블·위성방송협회 콘퍼런스’에서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IT 인프라가 좋은 한국이 아직도 실질적인 IPTV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It’s weird)”이라 말하는 것을 듣고 속내를 털어놓기로 했다. 국내외 기자들을 불러 “해외기업들이 달음박질치는 동안 한국의 IPTV 사업은 규제에 묶여 3년째 헛돌고 있다. 올해 안에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또 2∼3년 늦춰질지 모른다.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때 ‘정치권의 무능’을 질타하는 내용을 별도로 작성해 양복 주머니에 넣고 갔다가 ‘역풍’을 걱정한 내부의 반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귀국하자마자 그는 국회와 정부에 “방송·통신 기구 통합법과 함께 처리하기 어렵다면 IPTV법을 따로 떼내 제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전략이 주효했는지 여야는 최근 IPTV법(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안을 기구통합법과 분리, 올해 안에 처리키로 합의했다.

 연임의 기틀을 다진 남 사장은 “내실 다지기는 끝났다. 이제 매출로 보여줄 때”라며 공격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의 포석은 크게 4가지다.<표 참조> 이를 통해 내년 매출을 12조5000억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먼저 자회사인 KTF와의 유통·영업 조직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통신업계는 KT-KTF 합병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KT의 한 임원은 “오너 없는 기업은 본사-자회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 남 사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또 “유선전화 시장을 갉아먹는다”는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인터넷 집전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남 사장은 이처럼 종종 ‘역발상 경영’을 한다. 남 사장은 요즘 “KT는 문제투성이 조직이다. 그래서 오히려 희망이 있다. 고통스럽지만 같이 가자” “경쟁을 즐겨라. 경쟁을 하니 이만큼 조직이 변했다”며 내부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는 민영화 5년이 지났지만 KT에 아직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KT 조직이 고객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2년 전만 해도 수도권 조차 정해진 시간에만 애프터서비스를 했다. 24시간 체제로 바뀐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남 사장이 사내 봉사단인 ‘IT 서포터스’를 만들 때도 ‘현업에서 400명이나 빼내 봉사현장에 투입한 것은 남는 인력이 많다는 방증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가 ‘진정한 민영화’와 ‘KT 재도약’이란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갈지가 관심이다.



남중수 사장의 KT 성장 포석

◆ KTF와 유통·영업 조직 결합

-KTF의 유통관리 자회사 KTF&S에 지분 참여. KTF&S는 전국에 119개의 ‘굿타임샵’(직영 대리점) 운영 중

-KT플라자(옛 전화국)와 굿타임샵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유무선 유통 전략 창출

◆ 영상 인터넷 집전화·듀얼폰으로 유선시장 방어

-영상 인터넷 집전화 출시. 싼 요금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조

-집 밖에선 이동전화, 집 안에선 인터넷 전화가 되는 듀얼폰 출시 검토

◆ IPTV로 새 시장 개척

-IPTV 사업을 맡는 미디어본부 안에 그룹 콘텐트 전략 수립 조직 신설, 서비스 개발 부서 강화

-IPTV·초고속인터넷망·인터넷 집전화 등을 묶은 새 결합 상품과 요금제 출시

◆ 영업 현장의 권한과 책임 강화

-본사 ‘고객 부문’을 없애고 영업·고객 서비스 등 주요 업무를 각 지역본부로 이관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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