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지금 박근혜는 볼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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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도 11월 13일 이곳에서 계란 봉변을 당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3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그 후보 때문에 대구가 사랑하는 박근혜 전 대표가 볼모가 돼 있다"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맹공했다. 박 전 대표의 텃밭인 대구에서 '박근혜 효과'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정말 제대로 결단하고 판단해야 한다. 저를 선택해 (박 전 대표의) 그 볼모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회창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이명박 후보와 대구.경북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 그러다 지난달 12일 박 전 대표의 발언("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 이후 50%(이명박) 대 20%(이회창)의 판세로 바뀌었다.

이회창 후보로선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자신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대구 민심의 고토(故土)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는 "사랑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이란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또 "대구는 저에게 힘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의 고향"이라며 지역 민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이명박'이란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그 후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매우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다음은 유세 요지.

"그 후보(이명박 후보) 때문에 한나라당이,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대구 시민의 마음이 볼모가 돼 있다…회사 사장이라고 경제대통령이라면 우리나라에 대통령감은 쌔고 쌨다… 국가 지도자를 못 믿고 국민이 계속 의혹을 품으면 그런 지도자는 이 나라를 열어갈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대통령은 스스로 장사해 돈을 버는 게 아니다. 국민이 마음껏 장사해 돈을 벌게 만들어 주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다."

이날 오전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이 후보는 간간이 농담을 섞어 가며 유세를 하는 여유도 과시했다. 동성로 유세에선 한 여성 지지자가 사과 12개가 든 바구니를 건네자 즉석에서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었다. 이어 지난달 13일 '계란 테러'를 당한 서문시장을 찾았다. 그는 "계란 마사지를 받아 얼굴이 더 예뻐졌죠? 그렇다고 더 예뻐질 생각은 없고…"라며 유세를 시작했다. 또 "불의를 못 참는 대구 시민이 저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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