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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종부세 세대합산은 위헌 소지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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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주택학회는 지난달 30일 한양대 서울 캠퍼스에서 ‘주택정책 쟁점 이슈토론 : 재건축 및 조세’라는 주제로 추계 학술대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차학봉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 김호철 단국대 교수, 장영희 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용만 한성대 교수, 김경철 동부건설 상무,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주택학회가 지난달 30일 한양대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주택정책의 양대 과제인 재건축과 주택 관련 세제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를 통해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재건축에 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규제가 심해져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복규제를 현실화해 재건축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택 관련 조세정책에 관해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이 너무 복잡하고 세금부담이 과다하며 위헌소지마저 있다”며 단일세율로 세제를 단순화하고 세율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발제와 토론의 요약. 

◆재건축 규제 완화해야

(발제: 이용만 교수)
 
재건축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존재한다. ‘멀쩡한 주택을 허무는 것은 자원 낭비다’ ‘고밀도 개발로 기반시설이 부족해지고 환경 파괴, 혼잡 등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용적률 확대로 인해 막대한 자본이득이 발생하고 사적으로 소유된다’ ‘이를 노린 투기로 인해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진다’는 등의 시각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재건축 관련 13개 규제의 근거인데, 과연 이들이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인가. 이에 기초한 재건축 정책들이 과연 그 목적에 맞게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강남지역의 재건축 가격이 올라가면 같은 지역 주택 가격이 올라가고 주변 지역으로도 파급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 분석 결과는 신규 주택 가격이 재건축 대상 가격을 움직이지 재건축 대상 가격이 신규 주택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은 저금리와 외환위기 이후 신규 주택 건설 감소에 따른 공급부족 등이 원인이라는 데 대부분 학자가 동의한다. 재건축한다고 멀쩡한 집을 부수는 것을 자원 낭비라고 하지만 철거·신축비용이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한 오히려 재건축을 제한하는 것이 낭비다. 재건축 후의 사회적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하면 건축폐기물이 발생해 환경이 오염된다거나, 고밀도로 개발할 때 기반시설이 부족해지거나, 혼잡비용이 오른다거나, 또는 조망이나 경관이 훼손되는 등 재건축의 부정적 외부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 외부효과가 있다고 해서 재건축을 못하게 할 게 아니라 그 외부효과를 세금이나 부담금 등으로 내부화하면 된다.

또한 소형주택 건설 의무는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규제의 목적인 수급불균형 해소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같은 지역에서조차 단위면적당 평형이 클수록 주택 가격은 비싸다. 규제 때문에 수요와는 다르게 공급이 일어나다 보니 중대형 규모의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이는 정부 개입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용적률은 그대로 두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지키면서 재건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규제는 재건축을 하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집보다 작게 지으라는 것으로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우발적 이익에 대한 통상적 부담금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 토지의 이용 변화에 따른 우발적 이익은 동일한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토론)

◆김호철 단국대 교수=시장상황에 따라 정책을 융통성 있게 꾸려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에 적용되는 정책이 전혀 다른 시장을 가진 지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지방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아파트가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이 허용되지 않으면 집단적 슬럼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건축은 어떤 형태로든지 활성화돼야 한다.

◆김경철 동부건설 상무=강남의 재건축을 규제하느라 재건축시장이 거의 죽다시피 했다. 지방사업자들의 경우 재건축 자체는 포기하고 슬럼화되는 상황이다. 재건축이 주택 수를 늘리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이제는 양보다 질이 문제다. 숫자는 늘지 않아도 고급주택을 공급하면 수급 안정에 기여한다. 업계는 소형주택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을 반시장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평형별 공급이 이뤄지도록 시장에 맡겨 놓아야 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앞으로 정책은 이용 고도화뿐 아니라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정비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개발규제(재개발을 하느냐 마느냐, 재건축을 하느냐 마느냐)는 완화하되 계획규제(용적률·건폐율·기반시설 확충 등 도시계획)는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조세부담 줄여야
 
(발제: 김상겸 교수)

첫째,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관련해 22개의 세목이 있는데, 과세방법·구간·적용세율이 모두 다르고 복잡하다. 또 농특세·지방교육세·공동시설세 등 부가세 때문에 더 복잡하다.

둘째, 우리의 부동산 세제는 통상적 조세이론에도 맞지 않는다. 재산세는 대부분의 나라가 지방세로 운영한다. 재산세가 지방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또 국세인 종부세 도입으로 지방세의 세원을 중앙정부가 가져감으로써 지방재정이 위축될 수 있다.

셋째, 법리적 문제도 두 가지 있다. 그 한 가지는 종부세의 세대별 종합합산이고 다른 하나는 조세평등주의 위배 가능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자 배당에 관한 부부합산이 위헌판정을 받은 바 있고, 해외에서는 독일의 소득세 부부합산이 위헌판결로 폐지됐으며 일본은 합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폐지된 바 있다. 비부동산 소득은 소득세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부동산의 경우 50% 이상으로 중과세된다.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함을 금지하는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도 위험부담이 따르고, 수익을 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부동산 소득을 불로소득으로만 보고 중과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넷째, 부동산 관련 세부담이 매우 높고 그 부담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세율 자체도 높을 뿐 아니라 급격한 과표현실화 때문에 재산 보유가가 높아질수록, 또 미래로 갈수록 세부담이 빠르게 높아진다. 재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기대 수익률을 4%로 가정할 경우 현재 부동산 관련 세부담이 부동산소득에 비해 50%를 넘을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100%를 초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세금 때문에 원본이 잠식되는 경우는 사유재산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다섯째, 취득세·등록세 세율이 인하됐다고는 하나, 과표의 급격한 증가로 실제 세부담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조세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는 재산보유자들에 대한 일반세적 성격을 가지므로 누진적 세율보다는 우선 비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부세는 과세 단계를 현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해 세부담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화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조세정책은 더 이상 대내정책이 아니다.  
 
(토론)
 
◆김청원 주식회사 CVNet 부사장=종부세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등을 강화한 것은 세금 부담을 못 견뎌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고, 따라서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거란 가설을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빈사상태에 빠진 시장이다. 이른 시일 내에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손질해 시장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정의철 건국대 교수=지방세 성격의 보유세를 종부세라는 국세로 돌린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조세 전가의 문제도 있다. 임차인이 세금의 일정 정도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임대료가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를 너무 중과하면 동결효과(주택거래가 위축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본래의 정책의도에 배치되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손질을 하겠지만, 종부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가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세부담 완화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보유세가 1%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1%가 적절한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보유세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세금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느냐를 고민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세금 낼 능력이 없으면 집을 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안정도 중요하겠지만 거래가 안정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양도소득세는 분명 조정돼야 한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추세다.  

◆김상겸 교수=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높이기가 힘든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세제가 형평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앞으로는 효율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득재분배는 세입(조세) 측면을 통해서보다 세출(정부지출) 측면에서 추진할 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리=경제연구소 김희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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