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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애들 장난감이야, 화성탐사선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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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고랜드의 명물 미니랜드. 세계 주요 지역을 레고블록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레고블록으로 쌓은 워싱턴 DC. [사진=권근영 기자]

“탐사선을 움직이고 싶은 대로 동선을 입력하세요. 자 봐요, 움직이죠?”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 레고랜드의 마인드스톰 ‘화성에서의 임무’ 체험교실. 어린이들이 레고로 만든 화성탐사선을 조작해 운석 채취 임무를 수행 중이다. 마인드스톰 교육전문 에듀케이터인 킴벌리(28)가 탐사선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세 걸음, 왼쪽으로 돌아 두 걸음, 화성 탐사선은 컴퓨터에서 입력한 동선대로 움직인 뒤 바닥의 운석을 집어 든다. 아이들이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인다.

 마인드스톰은 덴마크 레고사가 199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페퍼트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진화된 장난감’이다. 레고 블록으로 로봇의 몸체를 조립한 뒤 8비트 컴퓨터 수준의 제어기(인텔리전트 블록)를 단다. 최근에는 32비트 컴퓨터 수준의 제어기도 나왔다. 이 제어기에 컴퓨터에서 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작동시킨다.

방문객은 대부분 가족 단위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배운 대로 로봇을 작동시키는 동안 부모들은 대견한 듯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거나, 함께 프로그래밍을 해 본다.

킴벌리는 “초등학생 수준 정도가 참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높다”며 “놀이이면서 과학이자 교육”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블록은 과학이다. 로봇 장치가 아니더라도 장난감 블록은 그 자체로 과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돌기(둥근 모양) 8개에 크기 4.9152㎤의 직사각형 레고 블록 6개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9억1500만개, 어떻게든 서로 결합되는 구조다. 유아교구로 선호될 뿐 아니라 고교 교재로도 쓰인다.

 마인드 스톰을 컴퓨터 수업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전북과학고 서형업(45) 교사는 “블록 장난감은 학생들에게 컴퓨터 언어를 이해시키는 과학적 도구”라며 “학생들은 로봇을 조립하며 손 조작을 통해 기계 원리를 배우고, 로봇을 작동시키며 프로그램 언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내 체험교실에서 담당 에듀케이터가 레고 로봇인 화성 탐사선의 조작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권근영 기자]

장난감 블록은 또한 예술이다. 수천 수만 개의 블록이 모여 건물·도시로 디자인된다. 레고랜드에서는 차를 타고 블록으로 만든 코끼리·타조·기린 등 동물 사이를 누비는 사파리 트렉이 인기다.

세계 주요 도시의 축소판인 미니랜드도 명물이다. 지하철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은 뉴욕 맨해튼과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하는 자유의 여신상, 인도 타지마할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이집트 피라미드 등은 사진 찍는 가족들로 붐빈다.

 캐나다의 건축가 미셸 라벨르(44)는 레고 블록을 재료 삼아 건축 디자인 모형을 만든다. 그는 “손으로 만드는 3차원 플라스틱 픽셀인 레고 블록으로 무한한 모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즐거워했다.

한국에도 블록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회원 수 8000명의 브릭인사이드(www.brickinside.com)가 대표적이다. 휴대전화 주변기기 설계자인 회원 이재오(33)씨는 “설명서대로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 상상력으로 새로운 형상을 만들 때는 마치 새 인생을 창조해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레고 블록의 과학과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도 20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11만6250개의 블록으로 세운 5m 높이의 대형 트리도 등장한다. 1588-4909.
 

칼즈배드(미국) 글·사진=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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