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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이드스토리] 전 세계 공장서 ‘일본식 작업’ 자동차 제국 꿈꾸는 도요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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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이제 도요타자동차가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올해 이 회사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840만 대를 팔고, 2010년엔 1000만 대를 판다고 합니다. 엄청난 판매량을 대려니 자연히 공장이 많습니다. 26개 국 52군데나 됩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국민성과 생활방식·손맵시가 달라 차의 품질도 조금씩 차이가 나더랍니다. 그래서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요타는 2001년 ‘도요타 웨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도요타 생산방식(TPS)이란 걸 체계화해 전 임직원에 주입한 것과 유사합니다. 도요타 웨이는 챌린지·가이젠(개선)·현지현물·존중·팀워크 5대 실천 덕목을 완수하라는 것입니다. ‘지혜를 짜내고 개선하라’는 TPS 식의 가르침을 전 세계 도요타 사업장에 주입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생산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교육합니다. 2003년에 ‘신병훈련소’ 격인 글로벌생산추진센터(GPC)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인종의 근로자들을 도요타 근로자로 만드는 곳입니다. 일본·미국·유럽 등지에 네 곳 있습니다. 그중 일본 모토마치 공장의 낡은 라인을 개조해 만든 GPC를 최근 둘러봤습니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각 공정에 필요한 기본기를 가르치려고 개발한 교구(敎具) 형태의 장비였습니다. 가령 미션 근로자를 위해선 ‘구멍에 원통 끼우기’ 7단계를 가르치는 교구가 있습니다. 작은 구멍부터 큰 구멍까지 이에 맞는 원통을 차례로 끼우는 것이죠. 비디오 교재에선 원통을 집는 방법, 끼울 때 발의 위치, 어깨 각도까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엔진 기술자들은 볼트를 잡을 때 손의 각도와 손가락 놀림, 조일 때 나는 소리까지 익히도록 합니다. 이를 다 익히면 교관이 스톱워치를 들고 초까지 재며 숙련도를 점검합니다. 도요타 근로자라면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볼트를 잡는 손의 각도까지 통일해야 한다는 걸 교육의 힘으로 전수하는 것입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일제 치하에서 조선 학생들이 ‘황국 신민의 서’를 암송하도록 강요받았던 사실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상상의 비약일까요. 일본은 1980년대에 수출로 벌어들인 넘쳐 나는 달러로 세계 일류 기업들을 사들였지만 일본식 경영을 접목하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 후지오 회장과 임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일본 경영 방식이 정말 글로벌 방식과 부합하는 걸까요?” 확신에 찬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고선 진정한 도요타 차를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도요타 사람들은 “우리가 차를 시장에 쏟아 붓는(push) 것이 아니라 시장이 우리 차를 원한다(pull)”고 말합니다. 도요타의 시장 제패는 일본식 완벽주의와 섬세함이 세계시장에서 통한 결과라는 거지요.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세계 근로자의 가치관과 습관마저 도요타식으로 바꾸는 실험에 나섰습니다. 이 실험이 성공해 일사불란한 ‘도요타 제국’이 세워질지 지켜봐야 할 것같습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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