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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부럽지 않은 ‘1인 기업’ 스포츠 미녀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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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15면

안나 쿠르니코바(左), 마리아 샤라포바(右)

미국은 각종 순위 매기기가 고도로 발달했다. 순위 조사는 한 해를 회고하고 반성하는 방식으로도 자리 잡았다. 예를 들면 요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을, 미국방언학회에서는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기 위한 인터넷 여론 조사를 하고 있다. 애스크멘(AskMen)이라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전문 포털은 벌써 2008년도 ‘가장 탐나도록 매력적인 여성 99인’을 뽑고 있다.

“예쁜 것만으론 안 돼요”

대니카 패트릭

2007년에도 여성 스포츠인들은 피플·맥심·FHM 등이 발표하는 각종 미인 순위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애초에 미모가 중시되는 배우·가수 등과 당당히 겨뤘다. 미(美)나 성(性)의 상품화에 스포츠까지 더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건강보다는 날씬한 몸매에 집착하는 세태에서 건강미를 발산하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세계적인 미인으로 인정받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결국 “제 눈에 안경(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이 미의 척도이기 때문에 조사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순위도 제각각이지만 2007년에는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가 미녀 스포츠 스타 중에서 부동의 선두를 달렸다.

미녀 스포츠 스타들은 사회·문화적 셀레브리티(celebrity)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 유명인들이 겪는 문제를 안고 산다. 이들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하나가 감시와 관심, 부러움, 그리고 질시의 대상이다. 세인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매체들은 시시콜콜한 내용을 보도한다. 게이브리얼 리스는 발목에 십자가 문신이 있다. 대니카 패트릭은 뜨거운 방(섭씨 38도)에서 요가를 해 몸매를 유지한다. 그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고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샤라포바의 가장 친한 친구는 영화배우인 커밀라 벨이다. 아나 이바노비치는 올해 밸런타인 카드를 한 장도 못 받았다.

미인 순위에 든다는 것은 셀레브리티 인증서를 받는 것과 같다. 경기 외 수입과도 직결된다. 포브스가 발표한 샤라포바의 2006년 소득 2300만 달러 중 경기 수입은 380만 달러에 ‘불과’하다. 샤라포바는 “나는 스포츠 선수이자 사업가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미녀 스포츠인에게 협찬 계약은 주요 수입원이다. 샤라포바는 나이키·캐논·모토로라 등과 계약했다. 미셸 위도 2006년 소득 1900만 달러 중 협찬 수입이 1600만 달러나 됐다. 샤라포바의 뒤를 쫓고 있는 대니카 패트릭은 TV쇼 호스트로 활약했으며 자서전도 출간했다.

스포츠 전문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비키니 차림으로 실리는 것은 미녀 스포츠 스타라는 ‘멤버십’을 인정받는 역할을 한다. 마리아 샤라포바·대니카 패트릭·안나 쿠르니코바·어맨다 비어드 등이 이 잡지를 거쳤다. FHM이나 맥심 등에 실리는 것도 명성의 획득과 유지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플레이보이다. 노출 정도가 더 심한 만큼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게이브리얼 리스·어맨다비어드·캔디스 미셸·토리 윌슨 등은 ‘과감하게’ 플레이보이에 자태를 드러냈다. 패트릭의 경우엔 2005년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2007년에는 인터뷰만 했다.

미인 스포츠우먼에게는 어떤 고충이 있을까. 우선, 이들은 “여자라서” 어쩌고 하는 성별(性別)에 따른 편견과 싸워야 한다. 성차별적인 사람들은 대니카 패트릭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여자라서 몸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에 엔진사이즈와 차량무게가 제한된 자동차 경주에서 남자들보다 유리하다.” 혹은 정반대로 비꼬기도 했다. “가슴이 커서 차 안에서 편하게 앉지 못하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패트릭은 미국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레이싱리그(IRL)에서 맹활약했다. 그리고 패트릭이 참가하는 경기의 출발 신호는 “신사 여러분, 시동을 거세요(Gentlemen, start your engines)”가 아니라 “신사·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시동을 거세요”로 바뀌었다. “언젠가는 골프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설 것”이라고 당차게 말한 바 있는 미셸 위도 같은 맥락의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녀 스포츠 셀레브리티는 스포츠인이기 때문에 우선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아나 이바노비치의 말처럼 “코트에 일단 들어서면 생김새는 상관없다. 얼굴이 예쁘다고 포인트를 딸 수는 없다.” 경기장 밖에서나 안에서나 막강한 경우도 있다. 샤라포바는 세계랭킹이 한때 1위였고 현재도 5위다. 이바노비치는 4위다. 어맨다 비어드도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두 번(1996, 2004년)이나 땄다. 반면 안나 쿠르니코바는 단식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는 게 흠이다. 최고 랭킹이 8위(2000년)였으나 단식보다는 복식 대회에서 강했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2004년에 ‘지난 25년간 최악의 스포츠인 25인’ 중 18위라는 불명예를 쿠르니코바에게 안겼다.

무하마드 알리의 딸인 라일라 알리에게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99년 그가 데뷔하자 2세 데뷔 열풍이 불어 조지 포먼의 딸 프리다 포먼과 조 프레이저의 딸 재키 프레이저 라이드도 권투에 입문했다. 라일라는 현재 24전 24승 21KO라는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핑계를 대고 도전을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많은 미녀 스포츠 스타들은 마음도 아름답다. 샤라포바는 “스포츠인이 되어 제일 좋은 점은 세상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유엔개발계획(UNDP)의 친선대사로 임명됐고 10만 달러를 UNDP의 체르노빌 복구 계획에 기증했다. 아나 이바노비치는 7월에 조국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UNICEF 대사가 됐다. 어맨다 비어드는 ‘야생보호자’라는 환경단체의 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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