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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본 '삼성증권, 전산센터 2곳' 7시간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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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 수사관들이 30일 서울 삼성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가 30일 삼성증권 본사를 7시간 동안 압수수색한 것은 비자금 의혹을 입증해 줄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주식 거래를 통해 그룹 자금을 손쉽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자금 관리 가능성이 큰 계열사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김용철 변호사의 이름으로 개설된 삼성증권 계좌의 자금 흐름은 물론, 삼성증권을 거쳐 관리된 돈의 조성 경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특본은 김용철 변호사의 2005년 이자소득 명세서에서 삼성증권 본점 영업부에 개설된 계좌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이 주식 계좌가 삼성 비자금을 관리한 것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또 삼성증권이 삼성그룹 계열사 간 주식 거래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 임원들과 계열사 관계자 간의 e-메일 같은 의사소통 내용을 파악하면 그룹 운영 전반에 대한 고급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특본 김수남 차장검사는 "비자금과 관련된 압수수색"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전반에 비추어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효율적인 압수수색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특본은 이날 오후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삼성SDS 이데이터센터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삼성증권 전산센터는 회사의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다. 삼성그룹이 삼성증권 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했다면 상층부의 지시가 이곳에서 실무적으로 처리된다.

삼성SDS 이데이터센터는 삼성증권과 다른 삼성 계열사의 서버를 관리한다. 임직원이 쓰는 e-메일, 메신저, 사내통신망에서 오고 간 모든 정보가 이곳에 남아 있다. 한 시스템통합(SI) 전문가는 "자료를 없애지만 않았다면 기업을 유리알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증권이 관리하는 모든 계좌의 입출금,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검찰 특본이 김 변호사의 계좌 외에 또 다른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파악했다면 그 거래 내역까지 한꺼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검찰 특본은 압수한 컴퓨터 파일과 각종 문서에 대한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1차 압수수색한 분량이 대형 박스 8개에 달해 분석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특본은 일부 삭제된 파일에 대해 대검 디지털수사팀에 복구를 의뢰했다.

김승현.박유미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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