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下剋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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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상(上)과 하(下)는 지사자(指事字)에 속한다.어떤 물건이 위나 아래에 있음을 뜻한다.
극(剋)은 칼()을 사용하여 상대를 이기는 것(克)을 말한다.그래서 본디 剋은 살(殺)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에는 상대를 범(犯)하거나 좌우하는 것도 剋이라고 했다.
따라서 하극상(下剋上)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범하는 것으로 명령이나 위계질서를 어기고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주(周)나라는 천자(天子)-제후(諸侯)-대부(大夫)로 이어지는 엄격한 신분질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봉건제도).천자의 권위가 서 있을 때는 명령이 제대로 하달되어 천하가 잘 다스려졌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아무도 그의 명령을 듣 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제후가 천자를,대부가 제후를 넘보거나 죽이는 사태가 발생했다.이처럼 다들 분수를 잃고 윗사람을 넘보거나 죽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다.
공자는 이 때 태어난 사람이었다.세상이 왜 이렇게 혼란한가를생각해 본 결과 다들 자기 직분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들었다.그래서 외쳤다.
『분수 좀 지켜라!』 그 下剋上때문에 요즘 시끄럽다.下剋上은용인할 수 없는 행위다.그러나 그 잘못은 상하(上下) 모두에 있지 않을까.제발 분수 좀 지키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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