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드러난 얼굴과 보이지 않는 손"朴承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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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보다 민주적이고 힘이 결집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덕적 기반이 튼튼해져야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로(言路)를 열고 진실된 목소리를 활성화시켜 그것을 도덕적 자원으로 삼아야 합니다.우리 사회는 지금 참된 목소리가 메아리를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박승관(朴承寬.39)서울대 신문학과 교수가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실을 분석 비판한 『드러난 얼굴과 보이지 않는 손』(전예원刊)을 펴냈다.이 책은 전에 발표했던 논문을 모아 책으로 엮는 일이 흔한 우리 출판 풍토에서 처음부터 한가지 주제로 일관되게 쓴 것이어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
제목에서 말하는 「드러난 얼굴」이란 바로 정부대변인 등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커뮤니케이션이고 「보이지 않는 손」은공식적인 발표문 등과는 별도로 은밀히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일반인들의 입에 흔히 오르내리는 「막후실세 」니 「상도동가신」이니 하는 부류들간에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에 속한다.
『지난 4월 이회창 총리의 전격해임이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어요.당시 이총리는 법적 권한을 전혀 갖지 않은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즉 「보이지 않는 손」이 정책을 결정하는데 반발했던 것입니다.얼굴마담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지요.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다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것입니다.공정선거를 내걸었던 지난 92년 대통령선거운동기간에 터진 소위 「부산초원복집대책회의사건」도 우리사회에 비밀언로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 적인 예에 속합니다.』 朴교수는 어느 나라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대개 이중적이게 마련이지만 우리나라가 특히 두드러지는 원인으로는 취약한 민주주의 전통,강한 연고주의,후견주의 등을 꼽는다.그런 현상은 워낙 뿌리가 깊어 문민정부 출범 만2년이 가까워오는 지 금도 여전하다는지적이다.
신문의 가십과 비사(秘史)를 다룬 연재물이 여전히 즐겨 읽히는 현실도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속말」을 찾으려는 심리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朴교수는 지적한다.
『성수대교 붕괴가 기술적인 문제에서 나온 것 같지만 실상은 지금까지 밝혀진대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터진 사건입니다.당시 현장목격자들의 신고를 받은 여러 구조기관에서 그대로믿으려 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래전부터 다리에 대 한 결함보고를했는데도 그것이 상부기관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지 않습니까.
』 朴교수는 이중적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은폐되어 있는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을 공개적인 토론의 장으로끌어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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