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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自고문단회의 사사건건 쓴소리 黨수뇌부 고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 정부의 통일.안보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노재봉(盧在鳳.전국구)의원 발언 파문은 4일로 일단 공식 마무리됐다.김종필(金鍾泌)민자당 대표가 이날 주례보고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대신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특히 이러한 갈등은 盧의원이 소속된 고문단회의등을 통해 얼마든지 재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문단회의가 주목받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1주일에 한번 열리는 고문단회의는 당수뇌부에서 「골칫거 리」로 인식돼 왔다.
고문단 회의에서는 그동안 현직에서 소외된 盧의원을 비롯,이만섭(李萬燮)前국회의장 및 박용만(朴容萬).김정례(金正禮)씨등「시어머니」들이 사사건건 할말 못할 말을 거침없이 뱉어놓아 왔다. 이때문에 문정수(文正秀)사무총장등 당직자들은 1주에 한번 고문단 회의에 들어가 보고하는 시간은 그야말로「고문받는 시간」이라며 질색해왔다.심지어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회의자체를 기피하기도 했다.
민자당은 盧의원 파동을 계기로「골칫거리」고문단 회의를 개선할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文총장은 최근『고문단회의의 운영방법 개선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그러나 그 직후 고문들의 심한 반발에 부닥쳐 현재로서는 주춤한 상태다.
고문단회의는 실제로 北-美 회담이 타결된 직후인 지난달 18일에도 정부와 민자당 지도부가 회담결과를 수용키로 한 방침에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박용만 고문은 『5~6년간 핵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막대한 부담만 지게 됐다』며 『사태를 책임지고 외교안보팀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례 고문은 『경륜높은 사람들의 의견은 경청하지 않고 젊은청와대 보좌진들의 말만 듣느냐』고 했고 이만섭 고문은『한반도 문제에 우리가 계속 제외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문제의 盧고문은『정부는 말로만 외교노력을 되뇌다 다 놓쳐버렸다』고 질타했으며 권오태(權五台)고문등도『회담결과를 그렇게 쉽게 수용할 수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모두가 여당에서는 좀체로 들을 수 없던 신랄한 비판들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도 박용만 고문이 혁신계인 재야노동 운동가 김문수(金文洙)씨의 지구당위원장 영입에 대해 金대통령 면전에서 강도높게 불만을 제기해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수뇌부가 이러한「골칫거리」고문단 회의를 개편하려는데 대해『원래 예우를 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불과한데 평소 소외감을느껴온 노인들의 감정섞인 말을 다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측도 있다.
그러나 또다른 일부에선『고문단 회의에서 비판적인 말들이 쏟아지는 것은 당내 언로가 막혀있다는 증거』라며『그나마 그「입」까지 봉쇄하려는데만 골몰하지 말고 언로 활성화에 더 노력해야 할것』이라고 토로했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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