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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눈물’ … 금 따는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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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만날 하는 게 운동인데 지옥훈련이라고 별것 있겠어.”

2011 육상 드림팀의 막내 이미나(12·포환던지기)가 29일 해병대 캠프에서 진행된 레펠 훈련 도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무의도=연합뉴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대비한 ‘드림팀’ 95명에 뽑힌 여자 단거리 유망주 김지은(15·전라중3)은 편한 마음으로 인천시 용유동 무의도 해변의 ‘실미도 해병대 훈련캠프’에 들어섰다. 무인도인 실미도가 아스라히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김지은의 이런 생각은 28일 오후 도착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8명이 한 조가 돼 80㎏의 고무보트를 머리 위에 얹고 밤12시가 될 때까지 산악행군을 했다. 거리로 4㎞지만 3시간 반이 걸렸다. 구령 소리가 작거나 행렬이 흐트러지면 보트를 머리 위에 둔 채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하거나 보트 위에 사람 태우고 쪼그려 걷기 등의 얼차려가 수시로 떨어졌다.

“엄마 아빠, 그리고 친한 친구 생각에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돌아가면 이를 악물고 훈련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상기된 표정의 김지은은 “내년엔 반드시 11초대에 진입한 뒤 이영숙(안산시청 코치) 선배의 한국기록(11초49)을 깨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29일엔 서해에서 불어오는 초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유격훈련과 산악행군을 해야 했다. 몸을 밧줄에만 의지한 채 가장 심한 공포를 느낀다는 11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강하훈련. 대부분이 중·고등 학생인 선수들은 잔뜩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는 선수도 있었다.

김지은은 육상 가족이다. 아버지(김우진·42)는 단거리, 어머니(고정금·42)는 중장거리 국가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부부가 전주교육청 육상 순회코치다. 초등학교 5학년인 김지은의 여동생은 지난 여름부터 중거리에 입문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결승에 오르는 게 꿈”이라는 김지은은 “운동을 시작한 이상 부모님을 능가하는 아시아 최고의 스프린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은의 최고기록은 올 시즌 작성한 12초08. 그러나 전북대회에서는 비공인이지만 11초98까지 달렸다고 한다. 훈련이 끝난 뒤 김지은은 “지금까지 해본 훈련 중 제일 힘들었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견뎌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이자 유일한 초등학생인 이미나(12·함열초6)는 “체력이 부족함을 절감했다.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고 했다.

정진호 훈련단장은 “육상선수들이라 그런지 체력이 참 좋다”면서도 “정신력이 좀 떨어지고, 개인종목이라 팀워크도 부족함을 느꼈다. 이번 훈련이 정신력과 일체감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선수들은 2박3일의 캠프가 끝난 뒤 다음 달 초 호주(단거리·투척·도약), 케냐(남자 마라톤), 중국 쿤밍(여자 마라톤, 경보)으로 3개월간 전지훈련을 떠난다.

◆2011 육상드림팀=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상위권 입상을 목표로 선발한 꿈나무 선수단. 9명의 지도자와 남자 선수 54명, 여자 선수 33명 등, 26개 종목 95명으로 이뤄졌다.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을 살리기 위해 유망주를 선발했다.

무의도=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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