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진단>北核타결 후속手順 성급하면 보안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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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주한 美지상군의 2단계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그동안 이를 동결토록 한 북한 핵문제가 일단락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철수를 동결한 요인이 제거된 만큼 당초대로 계획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핵문제가 北-美간 합의로 일단 해결국면을 찾았으나 이의 이행을 남겨둔 상태에서 미국이 당초 계획했던 철수의 조건이성숙되었느냐에 대해 韓美간에 완전한 합의가 없어 상당한 논란이예상된다.
최근 美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검토하고 있는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계획은 90년 부시행정부때 마련된 美국방예산감축과 이에따른 美군사력의 축소에 따른 것이다.이 계획은 주한미군을 3단계에 걸쳐 총 1만8천명을 철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나오게 된 배경은 90년대초 舊소련의 붕괴와 동서냉전의 해빙으로 미국에 대적할 주적(主敵)이 없어진 까닭이다.
전략개념을 고착된 대규모 부대의 해외배치및 유지보다 정보.속도.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동전략으로 바꾸었다.
이른바「바다로부터 모든 작전,군사력 전개,이동」(…from the sea)이란 개념아래 미국은 국내외 군사력을 줄이고 기동전력으로 군사비도 줄이는 한편 패권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서양및 유럽 주둔군을 10만명,동아시아및 태평양에 10만명선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새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감축계획을 제출하라는 美상원의원 샘 넌과 존 워너가 공동작성한 「넌-워너 보고서」에 대해 美국방부는 감군계획안인 동아시아전략구상(EASI)보고서를 90,92년에 마련했다.
92년 EASI 2차보고서에는 95년 12월까지 한국에 주둔할 전투력은 최소한 육군 제2사단의 1개 기계화여단및 1개 전투항공여단,그리고 1개전술비행단급 전투력을 지닌 美 제7공군으로 제시돼 있다.
미국은 이미 이 계획에 따라 한국에서 7천명의 지상군을 90년 철수했고, 2단계 계획인 6천5백명 철수계획은 북한 핵문제의 돌출로 동결됐다.
지난 91년 23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선 93년부터 시행될 2단계 감축을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검토에서 당초계획보다 95년말까지 주한 美지상군의 주력인 美제2사단의 절반인 1개여단(8천~9천명)을철수하고 96년까지 제2사단을 모두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한국에 남게될 지상전력은 기동력과 화력을 갖춘 1개 항공여단및 1개 포병여단 일부와 지원사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주한 美해.공군의 변화는 없다.
주한미군 지상군의 대거 철수는 미국의 對한반도 군사전략이 고착방어에서 기동방어개념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며,북한의 기습남침때초기에 발생되는 아군의 대량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된다.또 미국의 한반도 지원정책의 변화나 전쟁때 미국의 참전 에 대한 미국민의 반발이 클 경우 한국은 위험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로버트 갈루치 美핵대사가 최근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북한군을거론한 것은 이같은 장기전략에 따라 한국방어를 염두에 두고 지상군의 철수로 야기될 한국의 안보상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할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 된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계획에 따라 2단계 철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왔으나 핵문제가 아직 합의단계일 뿐 이행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미지상군의 철수가 성급히 이루어져선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한미의 조 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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