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직업 현실이미지 잘 나타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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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검사.치과의사.방송작가.PD.기자...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직업들은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까. 드라마속 직업은 극중 인물의성격을 담는 그릇으로 스토리전개의 주된 장치가 되는 한편 해당직 종사자들에겐 자기 직업의 사회적 위치와 이미지를 가늠하는척도로 관심을 끈다.
최근 막을 올린 MBC수목드라마『아들의 여자』는 주인공 모자에게 성격상 상반된 직업을 부여,앞으로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어머니(여운계)는 사채업자이고 둘째아들 민욱(차인표)은 검사다. 작가 최성실씨는 『남의 집을 빼앗고도 「법만 안 어기면 된다」며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프로 사채업자는 자신과 가족만 생각하는 일그러진 어머니상에 들어맞는 직업』이라고 설명한다.반면 검사인 둘째 아들은 1등인생으로 어머니의 꿈을 이 뤄주는 복덩어리지만 특유의 공명심과 매사 선악을 가리는 냉정함 때문에어머니의 잘못된 행태에 가장 강력한 비토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 「사」字가 들어가는 인기직업이란 점에선 검사와 같지만 좀더서민적이고 인간미가 풍기는 직종이 KBS2TV 『딸부잣집』의 치과의사(김세윤)다.
작가 이희우씨는 『애써 키운 딸들이 독립을 주장해 마음이 아프지만 사랑과 관용만이 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믿는 여유로운 아버지상을 그리기 위해 치과의사역을 설정했다』고 밝힌다. 방송.언론인의 드라마등장은 이미 두드러진 현상이나 최근에는초기의 현실과 동떨어진 묘사에서 벗어나 직업 표현의 리얼리티가높아진 것이 특색.
SBS 『이 여자가 사는 법』의 방송작가(한혜숙)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직 중년여성 묘사를 위해 선택된 직종.방송국을 드나드는 등 활동성이 큰 방송작가는 일반작가에 비해 극중인물로 쓰임새가 높다는 얘기다.PD(이영하)또한 출 퇴근이 자유로운 전문직 남성의 대표직종으로 등장한다.『이 여자가 사는 법』에선 PD가 작가에 대해 『작가가 뭐 별겁니까.요즘 작가들은너무 콧대가 세요』라며 배우선정을 둘러싼 불만을 털어놓는등 실제 일어나는 갈등을 패러디해 흥미를 더하고 있다.또 SBS 『사랑은 없다』에서 기자(김승환)는 대학시절 운동권이었다 사회에타협한 나약한 지식인을,아나운서(황신혜)는 성공을 향해 뛰는 도전적 여성상을 그리기 위해 각각 선택된 직종.특히 기자의 경우 사진기와 수첩을 동 시에 들고 번번이 문밖으로 쫓겨나는 드라마의 고정적 「기자상」을 벗어나 회사내에서 「선배」라는 호칭을 쓰는가 하면 경찰출입기자의 독특한 취재관행 등을 도입해 부분적 리얼리티를 살려가고 있다.
그러나 극중에서 황신혜가 PD.기자에 눌리는 모습으로 나오는가 하면 「비전없는」아나운서에서 기자로 변신할 것처럼 그려지자아나운서들이 반발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직종의 극중묘사 어려움을반영하기도 했다.
〈姜贊昊.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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