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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데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프랑스.영국.미국합작영화인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가 최근세번째 공륜심의에서 수입을 허가받아 연말께 국내에서 상영된다.
한국내 수입심의관계로 진통을 겪고있던 지난해 1월 감독이 공륜에 보낸 전문은 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고 있다. 『연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비극적 결말을 부르는 강렬한 열정을 아름답게 묘사하려고 애썼다.아울러 불륜의 위험성을 그리면서 이를 통해 관객에게 「주위의 행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도덕을 지켜야 하며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전통 윤리관을 강조하려 했다.』 이에 대한 공륜의 입장은 『데미지』를 대하는 한국인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나 아직까지 성(性)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는 넘어야할 벽이 많다.아버지가 아들의 연인과 관계를 맺는 부분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떤가.영국국회의원인 아버지가 주위의 눈을 속여가며 언론사 정치부장인 아들의 연인과 불륜관계를 맺는 것이 줄거리다.아버지는 공무를 핑계로,때로는 주요 국사도 팽개친채 아들과 자고있던 연인을 불러낸다.가정도 인륜도 팽개치고 곧 다가올 나락을 잊은 아버지의 욕정이 주제며 이 주제는 적나라한 장면들로 이뤄진 충격적 영상으로 표현된다.
영화는 비참한 파멸로 끝난다.우연히 방안을 들여다보던 아들은아버지와 연인의 정사장면을 목격하고 돌아서다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사망한다.정사중 황급히 나오느라 옷도 제대로 못챙겨 입은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 앞에 굵은 눈물을 떨어뜨린 다.그 뒤로 여자는 홀로 나가고 있고.쇼킹한 장면들이 전체를 이끄는 영화인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소재나기법들은 서구적 관점에서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아들의 연인과 관계를 맺는 남자의 이야기는 유명한 오페라 『춘희』의 핵심부분이다.그리고 「욕망이라는 이 불투명한 대상」을 비 롯한 60~70년대의 많은 유럽영화들은 교육자.정치인등 근엄한 삶의뒤에 도사린 저열한 욕망을 끄집어내는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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