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콜센터 … 지자체들 여성일자리 늘리는 ‘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28일 부산 동구 범일동 GS홈쇼핑 부산 고객선터에서 직원들이 전화상담을 하고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28일 오후 부산시 부전동의 동양생명 글로리 콜센터. 30개 부스가 설치된 6곳의 영업실에서 20대 여성 180명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양생명의 예비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콜센터 상담사들. 하루 평균 3시간30분간 60~70명과 통화하는 이들은 매월 기본급 60만~100만 원에다 보험 가입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다. 보험 가입 실적이 좋은 직원들은 성과급이 많아 월 487만 원 정도 받기도 한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서비스 창구 역할을 하는 콜센터(컨택센터)가 지방 대도시의 젊은 여성인력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싼 임대료와 인건비 덕에 비용은 70%밖에 들지 않으면서 생산성은 비슷한 지방도시에 진출하는 수도권 업체들 때문이다. 지방 자치단체들은 청년실업 해소의 확실한 대책으로 보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적극 유치하고 있다. 또 콜센터를 구축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대학들도 콜센터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인력 양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성인력 고용 큰 효과=지난 5월 부산에 진출한 대한생명은 6개월만에 통화품질은 수도권센터의 97%,생산성은 90%를 달성해 ‘부산진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센터는 직원 이직률이 월 평균 5%인데 반해 부산은 1.1%에 그쳐 고용이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생명 부산콜센터 상담사(105명) 모집엔 672명(6.4대 1)이 몰렸으며, 합격자 모두 2년제 이상 학력이었다. 합격자 중 6개월이 지난 현재 그만둔 상담사는 단 1명 뿐이다.

부산에서는 2005년 이후 28개 업체 5229석의 센터가 신설됐다. 덕분에 이 만큼의 일자리가 생겼고 연간 2224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4년 9.9%까지 상승했던 청년(15~29세) 실업률이 2005년 8.8%, 2006년 8.2%로 하락한 것도 콜센터의 고용 덕분으로 부산시는 분석했다. 51개 콜센터에 89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대전시의 청년 실업률도 2004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엔 국민은행(1500명)을 비롯해 KT 같은 대기업이 속속 이전했다. 대전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말씨도 표준어에 가까워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대구시는 2004년 대성글로벌네트워크의 서울 본사를 유치, 남산동과 신천동 콜센터 전용건물에 입주시키는 등 2004년 하반기부터 24개 업체 5110석을 유치했다. 광주시는 2003년부터 삼성전자(350석), 하로로텔레콤(460석) 등 12곳을 유치, 3700여명의 20대 여성 고용을 이끌어 냈다.

부일정보링크 최수기 대표는 “콜센터의 2년제 대학 이상 학력이 수도권은 59%인데 반해 부산은 93%, 대전은 85%일 정도로 지방도시에 고급 여성 인력이 풍부하다”며 “서비스 특성상 콜센터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을 이유가 없는 만큼 지방 진출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치열한 유치전=허남식 부산시장은 직접 나서 지난 16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수도권 콜센터 관련 기업 임원 100여명을 초청해 유치설명회를 가졌다. 부산시는 2005년 조례를 바꾸어 수도권에서 옮겨 오는 콜센터에 임대료 3억원과 시설비 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는 20명 이상 고용할 경우 초과 1인당 50만원과 교육훈련보조금 50만원, 시설장비설치비 1억원을 지원하고 100석 규모의 콜센터는 최대 6억원까지 준다. 광주시는 600여 억 원을 들여 지상 15층 규모의 콜센터 전용건물을 2010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100석 이상 업체에 시설·장비구입비 등 최고 12억원까지 지원한다. 대전시는 콜센터 유치전담반을 가동하면서 입주 업체에 보조금과 지방세 감면 등 혜택 제공하고 있다.

한편 부천시, 강원도, 대전시, 부산시, 서울시 등 지자체와 노동부, 정통부, 국세청 등이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콜센터를 구축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 관련학과 개설=부산경상대학(60명)과 부산여자대학(40명)은 내년 2월 콜센터 관련 학과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들 대학은 콜센터 15곳과 산학협력을 맺어 졸업생 대부분 취업이 확정됐다. 부산의 3개 대학이 학과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구 영진대학이 2005년 비즈니스계열에 컨택전공을 개설한데 이어 대경대학이 지난 6월 마케팅컨택과를 설립했다. 광주여대는 2005년 전국 처음으로 4년제 학과를 개설했으며 광주송원대학도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혜천대학과 대덕대학이 관련 학과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부산여자대학 조보상(콜마케팅학과)교수는 “젊은 여성에게 콜센터 상담사 만큼 인기있는 직종은 없을 것”이라며 “콜센터 관련 학과를 개설하려는 학교도 당분간 계속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