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처럼 민감한’ 촉각센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김종호(38·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수년 동안 로봇용 촉각센서 개발에 몰두했다. 로봇이 가다가 부딪치거나 주인이 손을 대면 곧바로 반응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는 6년의 연구 끝에 누르는 힘의 강도까지도 세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촉각센서를 개발했다. 그러나 로봇시장이 커지지 않아 팔 곳이 없었다. 결국 1년 더 연구한 끝에 휴대전화와 같은 모바일 기기의 터치스크린용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박사는 28일 이 모바일용 촉각센서를 발표했다. “아이폰이나 프라다폰에 들어가는 터치스크린보다 화면이 훨씬 선명하고 내구성도 뛰어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각종 모바일 기기에 장착된 터치스크린은 ‘정전용량방식’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스크린 표면에 전류를 흐르게 하고 그 둘레에 센서를 설치해 펜이나 손가락이 닿으면 사라지는 전하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투명한 전극을 스크린 위에 설치하기 때문에 선명도가 원 화면의 90%로 떨어진다. 또 순간적인 접촉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촉각센서 터치스크린은 누르는 힘 자체를 감지하기 때문에 원래의 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 아무리 오래 써도 스크린의 표면이 상하지 않는다.

특히 아주 미세하게 누르는 힘도 감지할 정도로 섬세하고 반응 속도가 빠르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게다가 손가락 두세 개를 화면에 갖다 대면 이들 모두를 인지해 반응하는 것도 장점이다. 김 박사는 “이런 성질을 이용해 사진의 양쪽에 손가락 두 개를 대고 벌리거나 좁히면서 사진을 크거나 작게 만드는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