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의 돈-지폐모델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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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나라 종이돈(지폐)에 들어가는 인물초상의 단골 모델로 줄곧 활약해온「이씨(李氏)」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해방되고 한국은행이 설립된 이후 우리 손으로 제대로 된 돈을찍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근 반세기동안 확고부동의 자리를 지켜온 「5인방」은 이승만(李承晩).세종대왕.이이(李珥).이황(李滉).이순신(李舜臣).
62년 1백환권 지폐에 이름 없는 모자상이 딱 한번 파격적으로 출연한 적이 했으나 이는 실존인물이 아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돈의 인물초상은「李씨」가 독점(?)해 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첫 모델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으로,53년 한은이 처음 만든 1백환짜리 지폐에 등장하기 시작한후 모두 6종류의 지폐에 모습을 보이다 58년부터 모습을 감췄다.
그후 잠시 독립문이 사용되다가 60년「8.15」때부터 돈의 초상은 역사속의 인물인 세종대왕으로 교체됐다.
그뒤 지금까지 세종대왕이 최고액권인 1만원권에서 부동의 자리를 지켜오고있다.이이는 5천원권,이황은 1천원권의 각각 고정 현역 모델(?)로 활약중이다.
이순신은 73년 한때 5백원권에 등장한 이후 현재는 1백원짜리 동전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관심은 다음 모델은 누가 될까 하는 것.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난데없이 시중에 화폐개혁설이 나돌면서 이런 저런 소문이 나오기는 했으나 이 문제는 한은이 새돈을 발행할 것이냐는 데 대한 결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복안은 서있지 않다.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未사용 초상후보감으로는 정약용(丁若鏞).을지문덕(乙支文德).정몽주(鄭夢周).주시경(周時經).방정환(方定煥)등 5명.
만약 새 돈을 만들거나 기존 지폐의 초상을 바꿀 경우 이들중한두명이 채택될지는 모르지만 한은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오래 전부터 이들 5명후보들의 초상을 확보해 놓고 있다.지난 3월에는 안중근의사를 지폐 초상에 사용하자는 의견 이 나왔는가 하면 특정 인물대신 상징물을 쓰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있다. 돈 모델 변경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후 정부의 영정심의위원회와 금융통화위원회를 거쳐야하는등 절차가 까다롭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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