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나는 어디 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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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옛날 중국에 이런 우화(寓話)가 있다.
한 포졸이 죄를 지은 승려를 교도소로 압송하고 있었다.약아빠진 승려는 도중에 멍청한 포졸에게 술을 사줘 만취시키고는 그의머리를 깎은 후 자신의 포승을 풀어 그를 묶어놓고 도망쳤다.
한참을 자고 깨어난 포졸은 승려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니 까까머리였고 또 포승도 목에 감겨 있었다.그러나 몹시 자랑스레 외쳤다.『중은 여기 있었구나,그런데 나는 어디갔지?』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보면서 언뜻떠올려본 우화다.연일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질타와 개탄.반성.
처방등이 봇물처럼 쏟아졌다.총체적 부정부패론에서부터 「부실기업인수론」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갖가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무도 진정으로『내탓이오』하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다소 머리를 숙여 사죄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기만 했지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는 식으로 책임의 일단을 떠넘기는 변명을 한자락씩 깔고 있다.
공사를 설계.시공.감리한 사람들과 사후관리.보수를 책임졌던 사람들,과적 차량을 몰고 그 다리를 건너다닌 운전기사들,부정부패구조에 불감증으로 대응해온 소극적인 삶의 국민 모두가 책임을져야한다는 총체론이 꽤 설득력을 갖는 도덕적 반 성의 메아리였다. 그러나 책임의 경중은 가려야 한다.『내책임이 가장 컸오』하고 선뜻 두손을 내밀어 포승에 묶여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때 구속설이 나돌던 前서울시장도 한번 선뜻 나서볼 만 하지 않은가.우리는 지금 앞의 우화처럼 멍청한 포졸에게 중 대한 일을 맡겼다가 웃음거리가 된 허탈과 좌절속에 빠져있다.그저 허공에 떠도는 저 포졸의 외침만 들려온다.『나는 어디갔지?(我不見了)』 〈本紙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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