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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인생 길옥윤씨 부산에 입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폐암 4기(말기)와 척추전이암.
『당신은 모르실거야』『서울의 찬가』『이별』등 주옥같은 대중가요를 작곡한 작곡가 길옥윤(吉屋潤.67.본명 崔致禎)씨가 부산시민병원에서 2~3개월의 시한부 마지막 생애의 나날을 작곡혼으로 불태우고 있다.
吉씨의 증세는 당초 폐에서 암종양이 발견된 뒤 이제 좌측 척추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로 현대 의술로서는 치유가 불가능 하다는 진단이다.다만「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吉씨가 지난 23일 귀국,치료를 받고 있는 부산 시민병원의 문형일(文亨日.42)내과과장은『현재 병세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라며『지금은 단지 통증을 해소하는 치료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도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 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치료를 받아왔던 그가 부산으로 영구 귀국,시민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은 치과의사인 막내동생 최치갑(崔致甲)씨의 친구 배재웅(裵在雄)씨가 이 병원의 원장으로 있기 때문이다. 28일 오후 병실에서 자신에 대해 관심을 쏟아주는 팬들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나를 아껴준 조국에 몸을 묻고 싶어 영구 귀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삶은 부산에서 마감할 것 같아 마지막 소망으로『서울의 찬가』와 같은 부산을 대표하는 멋진 노래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패티김.혜은이등 일부 가수에게만 곡을 줬으나 앞으로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모든 가수에게 곡을주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문주란.설운도.김수희.최희준.이자연등 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희망해 왔다.
吉씨가 부산 시민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부산의 젊은 음악인들이 몰려와 그의 제자가 되겠다고 자청하거나곡을 받으려고 간청,아직도 그의 명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한때 자신의 인생반려자이자 음악파트너였던 패티김과도 마지막 멋진 공연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吉씨가 마지막 인생정리 기자회견을 하는 바로 그 시간 패티김은 부산 KBS홀에서 가을맞이 공연을 해 그들의 기이한 인연을다시 한번 연출했다.
폐암말기에도 불구,그는 요즘도 매일 한곡씩 노래를 만드는등 음악에 대한 마지막 인생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6개월여 동안 병상에서 만든 노래만도 5백여곡에 이른다. 담담한 모습의 吉씨는 그의 마지막 인생을 예견이라도 한듯 부산 시민병원에서 작곡한 노래 『나 이제 떠나가노라』라는 곡을마무리하고 있다.
[釜山=鄭容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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